정용진 직접 사과…스타벅스 논란 진상조사 발표
4단계 승인에도 못 걸렀다…검증 시스템 허점
신세계그룹, 마케팅·리스크 관리 체계 재정비


[스포츠서울 | 조선우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동시에 일주일간 진행한 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와 대대적인 쇄신안도 함께 대중 앞에 공개했다.
정용진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 앞에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경위를 상세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음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이번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거듭 고개를 숙이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오롯이 제 잘못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장 직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자제도 당부했다. 그는 “지금도 전국 매장에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스타벅스 파트너와 직원들이 있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온전히 조직과 경영진에게 있다”고 선을 그었다.
◇ 강도 높은 내부조사…“사전 모의 등 고의성 입증 확보 못해”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부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전상진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19일부터 일주일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내부 조사를 진행했으며, 특정 의도를 갖고 기획됐는지 여부와 승인·검증 시스템 전반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그룹 측은 마케팅을 주관한 이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15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하드디스크 등을 회수해 디지털 포렌식과 교차 심문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했다.
다만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전 부사장은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은 있었으나 사전 모의 단서로 판단하긴 어려웠다”며 “해당 직원들은 기존 홍보 문구인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기 위해 AI를 활용했을 뿐 5·18은 생각조차 못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커머스팀 직원 3명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고, 사내 메신저 기록이 일주일만 보관되는 시스템 탓에 최초 기획 단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는 제약도 덧붙였다.
◇ 첨부파일도 안 열고 승인, 법무팀 패스…허술한 시스템 민낯


가장 큰 문제는 마케팅 검증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의 총체적 부실이었다. 팀장에서 대표이사까지 4단계의 보고 체계를 거쳤으나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았고, 일부는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 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마케팅 즉시성을 이유로 법무팀의 사전 검증 절차도 아예 생략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신세계그룹은 관련 직원 전원을 즉각 직무에서 배제했으며, 스타벅스코리아 손정현 대표를 이미 해임했다고 밝혔다. 본부장 역시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향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의 즉시 해고 및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단호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정치권의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반면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잣대와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동시에 존재한다. blesso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