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히어로는 언제나 완벽해야 할까.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선택만 하며 모두를 구하는 존재여야만 영웅일까. 영화 ‘슈퍼걸’은 그 익숙한 질문에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래서 ‘슈퍼걸’ 주인공 카라 조엘(밀리 올콕 분)은 정의의 상징도, 완성된 영웅도 아니다.
‘슈퍼걸’은 우주적 문제아로 불리던 슈퍼걸 카라가 인생을 뒤바꿀 사건과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지구에 정착하지 못한 채 우주를 떠돌던 카라는 가족을 잃고 복수를 다짐한 루시 마리 놀(이브 리들리 분)과 동행하게 된다. 노란 언덕의 크렘(마티아스 스후나르츠 분)을 향한 루시의 복수 여정은 카라에게도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슈퍼걸’은 ‘슈퍼맨’의 사촌이라는 익숙한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두 인물이 가진 방향성은 확연히 다르다. ‘슈퍼맨’이 정의와 선함의 상징이었다면 ‘슈퍼걸’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이미 완성된 히어로가 아니라 성장통을 겪기 때문이다.
슈퍼맨 칼 엘(데이비드 코런스웻 분)이 지구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인간성과 선함을 배워왔다면 카라는 조금 다른 시간을 보냈다. 크립톤 행성이 무너지며 천천히 가족을 잃고 낯선 지구에 도착한 카라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모두를 구하는 슈퍼맨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카라에게 있어 정의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자신의 상처와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카라가 다시 움직이는 계기는 의외로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다. 반려견 크립토를 구하기 위해 루시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면서다. 가족을 잃은 루시는 복수를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려 한다. 카라는 그런 루시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자신처럼 원망과 분노 속에 갇히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카라가 조금씩 변화하는 출발점이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슈퍼걸이 영웅이 되는 과정이지만 슈퍼맨처럼 모두를 품는 완벽한 영웅은 아니다. 상처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는 성장에 가깝다.
액션 역시 ‘슈퍼맨’과 닮은 듯 다른 매력을 가진다. 슈퍼 파워와 비행 능력,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 등 크립톤 출신 히어로다운 능력은 그대로 담겼다. 특히 초반부 등장하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순간이동 액션은 ‘슈퍼걸’만의 색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계도 있다. ‘슈퍼걸’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카라의 성장이지만 정작 영화는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다. 루시의 복수 서사가 길어지면서 카라의 내면 변화가 상대적으로 흐려지고 두 인물이 왜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는지에 대한 감정적 축적이 부족하다.
카라가 마침내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분명 의미가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존재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슈퍼걸’만의 차별점이다. 그러나 등장인물이 많고 여러 사건이 동시에 펼쳐지면서 정작 주인공 카라의 감정선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슈퍼걸’만이 가진 의미는 분명하다. 완벽하고 고결한 영웅이 아니라 흔들리고 방황하는 히어로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기존 히어로물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다만 첫 솔로 무비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도 남는다. ‘슈퍼맨의 사촌’이 아닌 ‘슈퍼걸 카라 조엘’만의 이야기가 조금 더 선명했다면 어땠을까. 카라가 진짜 자신의 이름으로 날아오르는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었다. 러닝타임은 108분이며, 쿠키 영상은 없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