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한국시리즈 정수빈, 붕대 감은 손가락에도 마은은...?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27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 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푸는 가운데, 1차전에서 번트 동작 중에 부상당했던 손가락에 붕대를 감아 눈길을 끈다. dica@sportsseoul.com

[대구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오늘은 (정)수빈이 배트 들고 나갑니다.”

두산 허경민이 27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정수빈의 배트 케이스에서 배트 한 자루를 꺼내며 씩씩하게 말했다. 허경민은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정수빈을 향해 “네 몫까지 해줄게”라며 닭살돋는 멘트까지 날렸다. 잠시후 박건우도 정수빈의 배트 케이스를 뒤지더니 “이게 좋겠네”라며 배트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정수빈은 전날 벌어진 1차전에서 번트를 시도하다 왼쪽 검지 끝부분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다행히 골절은 피했지만 공에 맞는 충격으로 손가락 끝이 터지면서 6바늘을 꿰매야했다. 타격을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공을 던질 수가 없으니 수비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두산 김태형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활화산 같은 타격으로 두산 타선을 이끌던 정수빈을 어쩔 수 없이 2차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 때문에 2번타자로 활약하던 허경민이 톱타자를 맡았고 박건우가 우익수 겸 2번타자로 선발출장하게 됐다. 셋은 모두 1990년생으로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정수빈은 “아직 통증은 조금 있다. 손가락이라 던지는 것은 힘들지만 타격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다치는 순간 뼈만 다치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면 모르겠는데 타격감이 괜찮을 때 다쳐서 안타깝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수빈은 이날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지만 그의 배트는 친구들의 손을 통해 야구장을 누비고 다녔다.

허경민은 “포스트시즌을 오래 치르다보니 배트가 다 부러지고 딱 한 자루 남았다. 그래서 내 배트와 가장 비슷한 (정)수빈이한테 배트 하나만 달라고 했다. 수빈이도 850g짜리 가벼운 배트를 쓴다”고 설명했다. 박건우는 포스트시즌에서 맹위를 떨친 정수빈의 기를 받고 싶었다. 박건우는 “수빈이가 워낙 잘 쳤으니까 오늘은 이 배트로 한 번 쳐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경민에게도 혹시 정수빈의 기를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물었다. 그러나 허경민은 “내 기가 훨씬 더 좋은데 굳이 수빈이 기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1차전에서도 허경민은 홈런 1개 포함 4타수 4안타를 때려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정수빈에 판정승을 거뒀다.

저마다 다른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국 이들이 정수빈의 배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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