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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新토털농구를 앞세운 고양 오리온이 리그 우승팀 전주 KCC를 꺾고 통산 두 번째 우승 축포를 터뜨렸다. 대구 오리온스 시절이던 2001~2002시즌 이후 14년 만이다.
오리온은 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120-86(34-27 31-13 33-27 22-19)으로 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오리온 조 잭슨은 26점 10어시스트로 경기를 지배했고, 김동욱은 23점을 몰아 넣었다. 애런 헤인즈도 17점 13리바운드(8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시리즈 내내 궂은일을 해온 이승현도 14점 7리바운드를 더했다. 우승 확정 순간 농구공을 체육관 천장을 향해 높게 던지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후 오리온 선수들은 코트 가운데에 모여 서로 부둥켜 안으며 우승의 환희를 누렸다. 사령탑으로 11년 만에 우승 감독이 된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우승 헹가래를 받은 뒤 선수들에게 밟혔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포워드 4명, 토털농구의 위력오리온의 최대 장점은 두꺼운 선수층이다. 그냥 선수만 많은 게 아니다. 이승현(196㎝)과 허일영(195㎝), 김동욱(194㎝), 최진수(202㎝), 문태종(199㎝) 등 크고, 빠른 포워드가 넘쳐난다. 장신 외국인 선수 역시 포워드형 애런 헤인즈(199㎝)로 뽑았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조 잭슨과 이현민, 한호빈 등 가드 1명을 넣고 센터없이 나머지 4명을 포워드로 내세우는 새로운 토털농구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오리온의 스위치 디펜스는 상대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스크린을 걸며 미스매치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득점 루트지만, 마크맨을 바꿔 막아도 높이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오리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KCC 역시 하승진(221㎝)과 허버트 힐(203㎝)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3명의 선수가 공·수 높이에서 모두 밀렸다. 이날도 1쿼터 김동욱이 김지후를 상대로 높이의 우위를 살렸다. 이승현과 장재석(204㎝)은 시리즈 내내 하승진을 상대로 골밑에서 잘 버텨내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리온 토털농구의 가장 큰 장점은 3점포다. 코트에 나서는 거의 모든 선수가 3점포를 던진다. 화려한 공격농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헤인즈가 뛰던 과거의 SK도 포워드 4명을 내세운 농구를 했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오리온은 달랐다.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오리온에 패했던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헤인즈가 SK에 있을 때 SK 선수들의 3점포는 없었다. 그러나 오리온은 다 3점슛을 던지기 때문에 헤인즈를 봉쇄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리온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CC도 오리온의 3점포를 막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모래알 다져 성 쌓은 오리온오리온은 두 팀으로 운용해도 될 정도로 주전급 선수들이 많다. 그만큼 개성강한 선수들이 많다. 코트 안팎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했다. 경기 내내 냉정함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PO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수들에게 역할을 부여해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모비스와의 4강 PO에서 최진수, 장재석 등에게 모비스 전력의 핵인 포인트가드 양동근의 수비를 맡겼고, 한호빈도 양동근 전담마크맨으로 나서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승현은 자신보다 20㎝ 이상 큰 하승진을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코트에서 제 역할을 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혈질로 감정컨트롤에 애를 먹었던 잭슨도 달라졌다. 과도한 항의와 돌발행동을 자제하며 테크니컬 파울을 받지 않았고, 리그 때 신경전을 벌이던 KCC 전태풍과 자주 매치업됐음에도 감정을 잘 다스리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잭슨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KCC는 잭슨 트라우마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고비마다 공격을 풀어준 잭슨이 있기에 오리온은 수월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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