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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오리온 추일승(53) 감독이 13년 만에 우승 한을 풀었다. KTF(현 케이티)를 맡은 6시즌 동안 한 차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추 감독은 오리온의 지휘봉을 맡은지 5시즌 만에 비로소 우승 경력을 추가했다.
추 감독은 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기쁨도 기쁨이지만, 후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독으로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2003년 코리아텐더(현 케이티)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시즌은 2006~2007시즌으로 당시 KTF를 이끌고 울산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렀지만 7차전 혈전 끝에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이날 그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추 감독은 “우승하면 원없이 울고 싶었다.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나서 울음도 안 나왔다. KTF를 마치고 2년 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오리온을 맡게 돼 감독을 다시 하게 되면서 꼭 한 번 끝을 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2011년부터 오리온을 맡아 꾸준히 팀을 발전시켰다. 김승현(은퇴)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김동욱(전 삼성)을 영입했고 케이티와의 트레이드로 센터 장재석(204㎝)도 영입했다. 가드진 보강을 위해 이현민을 데려왔고 신인드래프트에서 허일영과 이승현을 지명하는 등 차근차근 팀 전력을 다졌다. 2007년 이후 번번이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지 못했던 오리온은 추 감독 부임 두 시즌 만에 PO무대를 밟았고 이후 오리온은 PO의 단골손님이 됐다. 추 감독은 “오리온을 처음 맡은 뒤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어렵게 온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KCC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상대 약점을 분석해 완벽한 수비전략을 들고 나와 팀 우승을 이끌었다. 애런 헤인즈를 하이, 로우 포스트로 오가게 하며 도움수비를 가게 했고 그 덕분에 KCC의 주포 안드레 에밋과 최장신 센터 하승진은 힘을 쓰지 못했다. 김동욱, 최진수, 장재석 등에게 에밋을 전담마크 시키기도 했다. 추 감독은 “선수들이 모비스전에서 팀 수비해가는 것을 보면서 어느 팀과 해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공격은 되기 때문에 KCC가 아니라 어느 팀이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시작할 때부터 앞서나가며 ‘우리 수비가 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1차전부터 승산있다”고 생각했다.
영국 오페라 가수 폴 포츠가 우승한 영국의 한 프로그램이 추 감독에게 영감을 줬다. 추 감독은 “폴 포츠가 우승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한테는 ‘농구가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이번 시즌 만큼 우승을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마다 내가 되뇌인 말이 폴 포츠가 부른 노래 마지막 가사인 ‘나는 승리한다’다. 그 말을 새기면서 이기고 싶었다. 자신도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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