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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스타의 인생을 통해 시청자들도 함께 웃었다.
29일 방송된 SBS 설 특집 파일럿 ‘내 생애 단 하나의 기억-천국사무소’(이하 천국사무소)는 한류스타 그리고 아빠 안재욱의 삶을 돌아봤다. 이날의 첫 손님은 배우 안재욱.
안재욱은 90년대 인기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스타로 성장하며 누구보다 찬란한 청춘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갑작스런 뇌동맥류 수술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순간을 거쳤고, 이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현재 예쁜 딸 아이를 두고 있다. 현재 뮤지컬과 드라마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으로 사랑을 받고있다. 우여곡절 많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순간을 살고있는 그의 삶을 2시 간 동안 시청자들도 함께 지켜봤다.
먼저 안재욱은 ‘가장 소중한 기억 7가지, 간직하고 싶은 기억 7가지’를 적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가져갈 수 없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강신일은 “천국에는 안타깝지만 한 가지 기억밖에 못 가져간다. 이제부터 천국으로 가져갈 한 가지 기억을 찾기 위해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하나씩 지워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부터 안재욱은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적어놓은 기억들을 하나 하나 꺼내며 추억을 한 뒤 우선 순위를 정해야 했다.
안재욱은 첫 번째 지울 기억으로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지만, 해외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많은 활동을 했었다. 팬분들께 미안하지만, 저 기억을 먼저 지워야 할 것 같다”면서 “너무 즐겁게 뜻 깊게 했던 순간들이었지만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선택했다. 뜻밖의 선택이었지만, 안재욱의 선택은 모두다 공감했다. 대한민국에서 스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부와 명예를 주는 순간이지만,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을 안재욱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의 선택에 강신일과 조세호 역시 공감했다.
이어 그는 서울예대 동문들과의 추억을 지워갔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안재욱과 함께 대학시절을 보낸 성지루, 이병진, 김현철, 정성화 등도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학창시절 자주 다니던 밥집에서 만나, 과거의 추억을 하나 하나 얘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기에는 안재욱의 절친 개그맨 신동엽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안재욱은 신동엽 얘기를 꺼내며 “(신)동엽이가 잘 생긴 개그맨으로 뜰 줄 몰랐다”며 폭로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하나 하나 기억을 지워가면서 안재욱의 눈시울은 불거졌다. 가장 가슴아팠던 순간인 수술을 했던 시간의 얘기였다. 미국 체류 중 쓰러졌던 안재욱은 뇌동맥류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당시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 곁을 지켰던 친동생이 출연했다. 안재욱은 “타지에서 나를 돌봤던 동생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동생은 “나는 하나도 힘든 게 없었다. 형이 가장 고생을 했다. 나는 당시 형이 깨어나기만을 바랬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본 안재욱도 동생에게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마지막 선택의 시간, 안재욱은 예쁜 딸 아이와 아내와의 첫 만남 둘 중 하나를 골라야했다. ‘연예계 딸 바보’인 그는 쑥쑥 크는 딸의 재롱에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사랑하는 아내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선택은 하나였다. 안재욱은 딸에게 “아빠는 너무 미안해”라며 딸과의 기억을 지었다. 이후의 안재욱의 말은 감독이었다. 안재욱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미 마음 속에서는 결정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수현이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아내와의 만남이 있고 사랑이 이루어진 후에 우리에게 생긴 결실이다. 저의 가장 우선 순위는 아내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사랑꾼의 면모를 보였다.
어쩌면 2시간 안에 누군가의 인생을 되돌아 본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재욱은 그 어느때 보다 진실된 마음을 드러내며 추억을 하나 하나 꺼냈고, 지워야 할 것을 하나씩 얘기했다. 누구보다 찬란했던 과거를 과감히 놓기도 했고, 가족애를 드러냈으며, 치열한 이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 안재욱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그 시절, 안재욱을 좋아했던 사람이나, 아닌 사람들 까지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착한예능으로 따뜻하고 푸근한 연초를 시작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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