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롯데 마운드가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144경기에서 66승 78패 방어율 5.63에 그친 롯데 투수들은 올해 134경기(지난 13일 현재)에서 72승 60패 방어율 4.59로 리그 4위에 올랐다. 반등을 시작한 후반기 이후로 범위를 축소하면 48경기에서 31승(16패) 방어율 3.88로 선두에 올랐다. 손승락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 재건도 고무적이지만 박세웅 김원중 박진형 등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마운드 재건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 투수들을 바라보는 타 팀 지도자들은 “김원형 수석코치가 부임한 뒤 투수들이 던지는 ‘그림’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현역시절 예쁜 투구폼으로 정평이 나 있던 김 코치와 롯데 젊은 투수들의 피니시 동작이 닮았다는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는 이도 있었다. 김 코치는 “팀에 온지 1년도 안됐는데 내가 선수들을 바꿔놓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투구할 때 힘을 어떻게 쓰는게 이상적인지를 찾은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
냉정히 돌아보면 김 코치가 롯데 투수들과 본격적으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스프링캠프 시작일인 지난 2월 1일부터다. 전반기 내 들쑥날쑥하던 불펜이 후반기들어 급격히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5개월 만에 다른 투수가 됐다는 의미다. 김 코치의 “투수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김 코치가 두 가지 비밀을 공개했다. 설명을 듣고나니 선수 스스로 답을 찾았다고 말 한 이유를 알 만 했다.
첫 번째 원칙은 중심이동이다. 김 코치는 “부임한지 얼마 안된 상황에 투수들의 폼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다만 좋은 공을 가진 투수들이 자신의 구위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에는 나나 선수들 모두 공감을 했다. (박)세웅이나 (김)원중이, (박)진형이 등 젊은 투수들도 저마다 가진 폼이 다르다. 어릴 때부터 해왔던 투구 폼을 단번에 뜯어고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중심 이동에만 집중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투구는 상체가 아닌 하체로 한다는 야구의 기초를 상기시킨 셈이다. 김 코치는 “중심이동이 빠르면 상체로 던질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드한 뒤 하체를 포수쪽으로 밀고 나가면서 골반, 허리, 어깨 순으로 회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중심이 빨리 무너지거나 뒤에 남아있으면 팔로 던져야 한다. 워낙 좋은 영상 장비들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 스스로 자신이 좋았을 때와 나쁠 때, 다른 선수가 좋은 밸런스로 던질 때 등을 영상으로 보면서 중심이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또 한가지 팁은 세트 포지션으로 많이 던지라는 주문이다. 김 코치는 “와인드업으로 던질 때와 세트 포지션으로 던질 때 힘을 모으는 동작이 다르기 때문에 구위도 달라진다. 그런데도 투수들은 불펜투구를 할 때 와인드업으로 70% 정도 던진다. 실제 경기에서는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 던질 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훈련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의무는 아니지만 세트포지션으로 70%, 와인드업으로 30%씩 배분해 던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선수들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후반기 롯데 투수들은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0.258로 최소 2위인 NC(0.271)를 크게 압도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