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원인 규명에 착수한 경찰이 건물주를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제천경찰서에 꾸려진 경찰 수사본부는 23일 참고인 신분인 건물주 이모(53)씨를 조사한다.
화재 발생 당시 진화를 하다 대피, 7층에서 구조된 이씨는 원주의 병원에 입원중이다.
경찰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 조사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이날 이씨가 입원 중인 병원에 직접 찾아가 조사할 계획이다.
이씨는 지난 8월께 경매를 통해 이 건물을 인수했다.
그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이 건물 내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 운영을 재개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상태, 소방점검, 불법 증축 및 건물 용도 변경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 스포츠센터 내 소방시설 일부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보조펌프 작동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런 점을 포함, 화재 당시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를 고의로 잠궜는지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은 대형 화재가 9층짜리인 이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의 배관 열선 설치작업 과정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공사업체의 부실 시공 여부도 들여다 보고 있다.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생한 불꽃이 11㎜ 스티로폼에 옮겨붙었고, 이로 인해 불이 붙은 스티로폼이 주차 차량으로 떨어지면서 옮겨붙어 불길이 번지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이 불이 주차 차량 15대와 외부 차량 1대를 태우고 가연성 외장재인 건물 외벽의 드라이비트를 타고 순식간에 9층까지 옮아가는 것을 본 화재 목격자 진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 이어 경찰과 소방청,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한국전력 등 6개 기관의 합동 현장 감식도 계속된다.
감식팀은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불에 탄 건물 주차장 내 차량과 발화물 흔적 찾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날 감식팀은 건물 내 CCTV 8점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4개를 수거해 국과수에 보냈다.
감식팀은 CCTV의 경우 화염으로 인한 훼손 정도가 심해 복원 가능성이 희박한 반면 차량 블랙박스 일부는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씨에게 이미 구두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한 상태이지만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화재 원인 및 갖가지 의혹을 규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발생한 대형화재로 이 스포츠센터 이용객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다.
(제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