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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포츠청 스즈키 다이치 장관이 11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제공 | 한국체대 방송국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제 메달의 절반은 한국이 이룬 것입니다.”

서울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일궈냈던 일본의 한 수영 선수가 정확히 30년 만에 장관 자격으로 다시 내한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수영 남자 배영 100m에서 미국과 캐나다, 서독, 동독, 소련의 쟁쟁한 선수들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건 스즈키 다이치(51) 현 일본 스포츠청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경기에서 스즈키는 초반 30m를 잠영한 뒤 물 위에 떠올라 금메달 근간으로 삼았다. 국제수영연맹이 이후 모든 종목에서 15m 이상 잠영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할 정도였다. 이후 준텐도대 의대를 졸업하고(의학박사), 같은 대학 교수와 일본올림픽위원회 이사, 일본수영연맹 회장을 역임한 스즈키 장관은 지난 2015년 초대 스포츠청 수장까지 맡았다.

일본 정부는 3년 전 스포츠청 신설과 함께 체육을 복지의 중요한 포인트로 둬 투자하고 있다. 이는 엘리트 스포츠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지난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서 금12 은8 동21을 획득, 종합 6위에 올라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육상 남자 400m 계주 은메달을 비롯해 배드민턴과 카누와 테니스 등 취약 종목에서도 메달을 따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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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김성조 총장(왼쪽)과 일본 스포츠청 스즈키 다이치 장관이 11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열린 스즈키 장관 강연에 앞서 서로 인사하고 있다. 제공 | 한국체대 방송국

11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맞이하여 일본 스포츠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란 강연을 통해 연단에 선 그는 “서울 올림픽 직전 한 달 간 합숙 훈련하고 싶다는 요청을 한국에서 받아들였다. 내 금메달의 절반은 한국에서 이룬 것이라”며 박수를 받았다. 막상 마이크를 잡고는 논리정연하게 일본 스포츠의 업그레이드를 설명했다. “한국은 큰 라이벌이지만 오늘은 비밀 없이 다 말하겠다”는 스즈키 장관은 “엘리트 스포츠만 갖고 가기는 어렵고 지역 공헌이나 주민 봉사 등에 스포츠가 개입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청이 생기면서 각기 다른 중앙 부처가 다루던 (체육 관련)예산이나 행정이 편리해졌다”고 밝혔다.

스즈키 장관은 특히 연간 100조엔 가운데 치료나 건강 관련 복지에 들어가는 돈 42조엔을 주목했다. “일본 성인의 주1회 이상 스포츠 실시율이 42.5%라고 한다. 이를 65%로 늘리고 싶다”는 그는 “42조엔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스포츠를 통해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엘리트 선수들의 메달이 중요하지만 그것 만으로 국가 예산을 많이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건강 증진을 강조해서 예산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펀 앤 워크’ 프로젝트 통해 국민들이 하루 동안 걷는 양을 평소보다 약 1000보 늘리고 ▲스스로 스포츠청 장관이라면 어떤 정책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같은 기구 설립을 위해 100개 대학에서 스포츠 어드미니스터(행정가)를 배치하고 ▲스포츠와 관련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의 수를 지금 138만명에서 250만명, 소비액은 2204억엔에서 3800억엔으로 증가시키는 것 등이 그가 언급한 일본 스포츠청의 주요 지향점이다. 스즈키 장관은 “계획과 선언으로 끝나고 싶지 않다. 하나라도 실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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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포츠청 스즈키 다이치 장관(오른쪽)이 11일 한국체대에서 열린 ‘스즈키 다이치 강연’에 앞서 김성조 총장실에서 스포츠서울 고진현 부국장(왼쪽) 등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제공 | 한국체대

한국과 일본은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사회 진입이란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즈키 장관은 “일본의 고교 야구 선수가 총 17만명인데 실제 경기에 나가는 선수 수는 5만명 뿐”이라며 “나머지 12만명이 다른 종목을 통해 새 기회를 찾도록 J-스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다시 보라’는 메시지가 이 프로젝트에 있다”고 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외에도 올해 세계여자배구선수권, 내년 럭비월드컵, 2021년 세계수영선수권, 2023년 농구 월드컵, 2026년 하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이 외에도 2020년 풋살 월드컵, 2026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스즈키 장관은 “이런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일본은 스포츠를 하러 가는 나라’란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강렬했다. “스포츠가 성장 산업이란 것을 모든 국가가 인정하고 있다”는 스즈키 장관은 “스포츠가 변화를 주도한다. 미래를 창조한다”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