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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너무 실감이 안나고 믿기지 않죠.”
이해영 감독 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모두에게 고(故)김주혁이라는 이름은 아프고, 현실같지 않다. 특히나 이번 영화 ‘독전’을 본 관객이라면 김주혁에 대한 인식이 또 한번 달라졌을 것 같다. ‘저렇게 독한 연기가 가능한 배우였어?’라고 말이다. 그가 떠난 뒤 이미 촬영된 영화들이 차례로 개봉이 됐다.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다.
이해영 감독은 먼저 영화를 캐스팅한 계기에 대해 “영화 ‘비밀은 없다’라는 작품에서 (김)주혁 선배님의 강렬한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온 몸을 다해 표현해 내는게 너무 인상적이었고, 그때 작업했던 이경미 감독에게도 이야기를 많이 전해들었다. 선배님이 ‘내가?’라고 엄살을 피울 때 별 대답을 안하셨는데, 제가 받았던 인상은 ‘내가 표현하면 다를텐데’라고 들렸다. 명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기우였다”고 말했다.
극중 김주혁은 거대 마약조직의 권력자 진하림 역을 맡았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독하고 강렬하다. 이 작품은 tvN 드라마 ‘아르곤’을 촬영하던 당시, 그리고 영화 ‘공조’의 악역보다 더 먼저 캐스팅된 작품이었다. 차분한 성격의 김주혁은 처음에는 이 작품의 제안에 어리둥절 했지만, 누구보다 즐기며 또 에너지를 발산하며 촬영했다. 재미있는 사연도 있다. ‘독전’의 모든 배우들의 의상은 모두 제작됐다. 그런데 김주혁의 의상만 많이(?) 다르다. 로브(느슨한 가운)를 걸친뒤 상반신은 드러냈다. 또 흰색 속옷만 입었다.
이 감독은 “사실 여러가지 의상을 다 준비했다. 무엇을 입어도 속옷에 로브만 입었을 때 풍겨져 나오는 포스가 남다르더라. (김주혁)선배님도 흔쾌히 해주셔서 더욱 강렬한 캐릭터가 살아난 것 같다”면서 “우스갯 소리로 ‘다들 제작의상이잖아. 그럼 내 속옷은 정말 좋은 것으로 사줘’라는 말에 제작진이 해외에서 공수해왔다”는 뒷 얘기도 들려줬다.
이해영 감독은 또한 “선배님 촬영을 다 끝낸 뒤 난 한참 더 달리고 있던 중 (부고)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실감이 안나고 믿기지가 않았다”면서 “너무나 존경할 만큼 스펙트럼이 강한 연기력을 보여주셨다. 또 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도저히 어떠한 캐릭터를 연기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현장에서야 그 모든 것을 보고 매번 감탄을 했다. 정말 좋은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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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이 알 수 없는 매력으로 현장에서 매번 놀라게했다면, 배우 차승원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감독 이해영을 놀라게 그리고 감탄케했다.
‘디테일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캐릭터 분석과 함께 매일 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연기를 해 보이거나 여러가지 연구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배우 차승원이었다. 노력한 만큼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차승원은 극중 유령 마약 밀매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 이사로 등장했는데, 영화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이해영 감독은 “우선 이 캐릭터를 선배님에게 얘기할 때 완벽하게 다 완성되지 않았다. 약간의 여지를 두고, 선배님과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 받아가며 완성했다”면서 “디테일이 강한 정도가 엄청났다. 밤 11시에 전화를 해서 캐릭터 분석은 물론 연기까지 했다. ‘난 이렇게 할거야’라고 명확히 했다. 예를 들어 손가락 관절 하나까지 모두 다 계획하고 준비한거다. 그러다 처음으로 ‘마귀 새끼들!’이라고 외치는데 이것은 예상에 없던거라 우리모두 촬영하다 웃었다”고 얘기했다.
김주혁과 차승원, 두 배우는 이번 영화에 특별 출연이었다. 각자 특유의 강한 캐릭터를 갖고 관객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김주혁이 이제껏 펼치지 않았던 강렬함을 모두 발산했다면, 차승원 역시 이중적 캐릭터를 온몸으로 표현해 내며 장르적 재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두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이 있었기에, ‘독전’의 흥행도 가능했다.
whice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