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필리핀 URCC 여성부 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케이지 김연아’ 서지연(18, 더짐랩)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종일관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다.
상대인 서예담에 대해 “잘하는 선수이고 좋아하는 선수지만 젤리 불라옹이나 장현지보다는 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URCC에서 젤리 불라옹과 싸워봤더니 서예담은 진짜 너무 편해졌다. 부담도 너무 없다. 역시 강자와 많이 싸워봐야 하는 거 같다. 2018년도 마지막 경기도 승리로 장식할거 같은데, 주최측에 나를 쉬라고 배려해주신 거 같아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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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은 다음 달 16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TFC 19’ 코메인이벤트에서 자신을 한 차례 꺾은 바 있는 ‘비너스’ 서예담(26, 파라에스트라 청주)과 여성부 스트로급매치를 치른다.
두 선수는 지난해 3월 ‘TFC 14’에서 격돌한 적이 있다. 당시 대진이 성사됐을 때부터 수위 높은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의 멘탈을 흔들었다. 계체량 행사에서 마주친 두 선수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기만 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서예담은 차분히 상대를 인정하며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시 서예담은 ‘예담 벨라스케즈’라는 별명답게 근력, 레슬링, 그라운드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속적으로 태클을 성공시키며 서지연의 원거리 공격을 막고 체력을 갉아먹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담 타임’이었다. 꾸준히 상위포지션에서 압박한 끝에 경기 종료를 17초 남겨둔 상황에서 TKO승을 기록했다. 승리 후에도 체력이 남아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대결이었다.
서지연은 이번만큼은 전혀 다른 대결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당시 정확히 운동 1년차였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다. 신생아 급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어 서지연은 “분명 그라운드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크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 차이를 생각하실 수 있지만 나 역시 스트로급에서 힘이 센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이급도 도전한 것이다. 플라이급 선수들에 비하면 서예담의 힘은 지극히 낮거나 평범한 부분이다. 1년 전에도 서예담의 힘이 세다는 느낌은 없다. 투박하고 힘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지, 근력이 매우 뛰어난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서지연은 서예담에게 패배 후 파죽지세의 행보를 이어갔다. 패배를 통해 큰 교훈을 얻은 서지연은 꾸준히 케이지에 올랐다. 박시윤, 장현지, 박시윤, 불라옹을 연이어 격침시키며 4연승의 상승궤도를 그렸다. 지난달 말에는 필리핀 URCC 여성부 플라이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며 아시아 강자 반열에 올랐다.
“URCC 타이틀전 후 2주 정도는 쉬엄쉬엄 감만 잡았다.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경기 한 달 전 여성호르몬(?) 문제로 병원에서 진료하며 운동하니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 체중이 54.4kg까지 내려가서 커피, 초콜릿을 먹으면서 겨우겨우 몸무게를 올렸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어 다시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이 서지연의 말.
서지연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아직 신인이며 2년 6개월 운동한 병아리라고 했다. TFC 스트로급 타이틀이 공석임에도 이번 대결이 타이틀전이 안 된 건 실력이 많이 미흡해서 그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서예담과 2차전에서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드려 인정받겠다. 서예담은 도복주짓수만 잘한다. 난 아직 화이트벨트 3그랄이다.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 승리 후 스트로급에 정착해 해외 강자와 경쟁하며 배우고 싶다. 목표는 당연히 TFC 아톰, 스트로급 더블 챔피언이다. URCC 스트로급 챔피언까지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TFC 여성부 스트로급 챔피언 장웨일리가 UFC에 진출해 TFC 여성부 스트로급 타이틀은 공석이 됐다. 서지연은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말한다.
끝으로 서지연은 “기회가 된다면 함서희와 싸우고 싶다. 여성부 클래스의 끝인 선수다. 여성부 하면 함서희가 아이콘인데 그 명성을 이제 이어받고 싶다(웃음)”라며 “항상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응원의 메시지가 많이 온다. 책임감을 느끼고 운동하고 있다. 절대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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