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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깊이있는 노랫말, 모던록을 기반으로한 다채로운 음악 색깔로 호응을 얻으며 일명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의 대표 주자 중 한 팀으로 꼽히는 밴드 ‘9와 숫자들’이 올해 데뷔 9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 팀은 10주년이 아닌 그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9’라는 숫자를 기념하는 중이다.

지난 9월 9일 발매된 9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유일한 신곡 ‘99%’의 가사를 보면 ‘9’라는 숫자가 이 팀에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다. ‘아흔아홉 번을 눈물로 채웠으니 마지막은 분명히 미소다’, ‘99 여전히 모자란 한걸음이면 도달할 것 같은 하지만 잠시 머물러 있고 싶은 우리의 아름다운 결핍’, ‘99 아직도 목마른 한 잠 꿈이면 이뤄질 것 같은 하지만 잠시 이대로 두고 싶은 우리의 깊고 깊은 다짐과 오래된 약속’

멤버들은 ‘9’에 대해 “99%는 100%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뜨거움과 환희를 품고 있다. 완벽에 가까움은 완벽보다 위대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달 9일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 팀의 9월 공연 제목은 ‘완벽에 가까운 최선’이었다.

9와 숫자들은 오는 11월 9~11일에는 ‘9와숫자들 전곡 정주행’ 공연을 펼치며 지금까지 공개한 노래 순서대로 한곡씩 연주하는 독특한 형태의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이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12월 9일에는 광화문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9일 0시부터 첫차가 다닐 때까지 ‘올 9 올 나이트(ALL 9 ALL NIGHT)’라는 밤샘 공연을 연다.

다음은 9주년을 맞은 ‘9와 숫자들’과의 인터뷰. 이 팀은 숫자를 멤버들의 예명으로 삼고 있다. 9는 보컬 송재경, 0은 기타 유정목, 4는 베이스 꿀버섯, 3은 드럼 유병덕이다.

-각자 개별활동도 활발하다. 9는 대기업(포스코건설)을 다니며 밴드를 병행하는 점이 특이하다.9-

“현재 건설회사 전략기획팀 과장이다. 데뷔할 무렵부터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한국 록음악계를 흔들어보자’는 각오로 음악을 한게 아니라 내가 뭘 하는데 도와달라고 멤버들에게 부탁해 작은 비지니스가 된 것이라 항상 딜레마가 있다. 나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전업 뮤지션이라 고민이 있겠지만 멤버들이 내 상황을 이해해 줬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남들보다 두세배 치열하게 살고 있다. 직장과 밴드 양쪽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팀만 봤을 땐 9년동안 최선을 다했고, 평균 활동의 양과 질 측면에서 성과를 거둬왔다.”

-지난 9년을 돌아보면 어떤 시간이었고, 앞으로 9년은 어떤 시간이 됐으면 좋겠나.0-

“지난 9년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 좋은 방향으로 흘러왔다. 앞으로 9년은 좀 더 차근차근 만들어가면서 계획적으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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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앨범 제목 ‘수렴과 발산’(2016년 발표)에 빗대면 지난 9년은 수렴기였고, 앞으로 9년은 발산기다. 지난 9년 동안은 장기적 목표를 두고, 우리의 꿈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제는 스스로 메여 있는 가치관, 기준, 의식 없이 우리가 가진 걸 뻗어나가게 하고,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진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지 고민하며 지향점을 좁혀왔다면 이젠 더 느슨한 상태로 두고 싶다. 예전엔 겸손함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자신감을 갖겠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이 주를 이뤘는데 앞으로 재미있고 밝은 것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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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멤버들을 믿고 따랐다. 믿음은 내게 큰 원동력이었다. 앞으로 9년도 당연히 멤버들을 믿고 가야겠지만 내 자신이 다른 멤버들에게 조금 믿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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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팀이 팬들에게 위로와 힘을 받은 것 같다. 앞으로 9년은 반대로 팬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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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각자가 좋아하는 9와숫자들 노래 한곡씩 추천해 달라.0-

“2014년 발표한 ‘보물섬’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9와 숫자들 아니면 못하는 곡 같다. 내겐 계속 우리팀의 정점에 남아있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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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을 팬들에게 알린 ‘유예’(2012년 발매) 앨범 수록곡 ‘착한 거짓말들’을 좋아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많은 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3-

“최근 발표한 ‘99%’를 좋아한다. 들으면 각오, 다짐을 하고 돌아보게 된다. 노래 안에 다양한 변화가 있어 즐겁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다. 노래 마지막에 ‘우리가 간다’는 가사가 있는데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분야에서 한번 뒤돌아보게 하고, 다시 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노래다. 우리팀이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어려운 고난의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팀이 9년 동안 유지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같이 묵묵히 해왔기에 가능한 일인데 이 노래에 그런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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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플라워’(2016년 발표)는 ‘9와 숫자들’이 현재까지 선보인 곡중 가장 정제된 사운드를 보인 노래다. 4인조 밴드의 안정적인 사운드, 가사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느끼기에 정제되고 완성도 높은 트랙이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새로운 방향의 시작점, 기준점이다. 4인조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사운드를 찾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인데 앞으로는 4인조의 완성도 높은 밴드 사운드를 더 구사해볼 계획이다.

‘드라이플라워’는 록음악을 안 좋아하는 분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또한 ‘벽에 걸린 마른 꽃을 보며 당신은 슬프다고 했지만 사실 난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없었어’, ‘아무리 날 지켜내고 싶어도 창틀에 말려두진 말아요’ 등의 가사가 소셜미디어에 많이 인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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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서 주로 해시태그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음악이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가는 건 창작하면서 느끼는 큰 희열이다.”

-각자 솔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9-

“어느 순간 ‘9와 숫자들’ 팀은 개인화되면 안되겠다 싶어졌다. 사운드적으로나 메시지도 보편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다. 개인성이 남아있는 음악은 차라리 솔로 프로젝트로 풀어내고, 개인적으로 해소하는 게 밴드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밴드 음악은 많은 공을 들이고 멤버들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한다면 그외에 소소한 아이디어, 개인적 해보고 싶은 건 짬짬이 솔로 프로젝트로 풀어내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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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디(BOY.D)’라는 예명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원래 본명(유병덕)을 쓰고 싶었는데 내 음악에 이름이 안 어울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유병덕이란 이름이 너무 구수하다고 하더라. ‘보이’를 통해 젊음을 표방하는 게 아니라 미성숙한 나를 나타내고 싶었다. ‘D’는 드럼이 될 수도 있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단어의 앞글자 같았다. 댓글을 보면 ‘(래퍼)보이비인줄 알았다’, ‘보이씨는 없냐’는 반응이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중인데 누군가에게 편지나 메시지를 쓴다는 느낌으로 솔로 곡들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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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해오며 내가 하지 않았던 걸 해보고 싶었다. 기타 연주에 대한 열정은 밴드 활동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 안해본 악기나 음악을 공부 차원에서 풀어가는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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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할 계획은 없다. 다른 멤버들이 각자 솔로를 하다 보면 다른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음악적인 역량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