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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피스는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한국은 1986멕시코월드컵부터 2010남아공월드컵까지 7개 대회 연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올렸다. 그만큼 득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좋은 무기로 활용됐다. 하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 장면도 여러차례 나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트피스 공격은 약체도 강팀을 꺾을 수 있는 발판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쉽게 골을 내줄 수 있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홍명보호’에게도 세트피스는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열린 14차례의 평가전에서 세트피스를 통해 종종 실점을 내줬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세트피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홍명보호’는 3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세인트 토마스 대학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30분간 세트피스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페널티박스 안에 김신욱 이용 이근호 황석호 손흥민 등 제공권이 좋은 5명의 선수가 공격진을 맡았다. 수비진은 공격진의 2배인 10명이 포진됐다. 좁은 페널티박스 안에 15명의 선수가 밀집했지만 각자 맡은 역할은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영과 김창수는 코너킥 상황에서 가까운 골 포스트에 밀착해 골문 인근으로 낮게 날아오는 볼을 처리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맨 마킹도 이뤄졌다. 중앙수비수 김영권은 상대 공격수 중에서 가장 키가 큰 김신욱을 전담마크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제공권이 좋은 공격수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견제를 받는다. 하지만 혼자서 장신의 공격수를 완벽하게 막아내기 위해서는 부담이 있다. 그로 인해 장신 공격수에게는 복수의 수비수가 달라붙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홍명보호’에서는 김영권과 짝을 이뤄 장신 공격수를 막아내는 도우미 역할은 박주영이 맡았다. 박주영은 김신욱이 볼을 따라 움직이는 경로를 막아서서 헤딩슛으로 이어질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이 부여됐다.
세트피스 훈련 동안 선수들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몸싸움을 벌였다. 수비진은 공격수가 헤딩슛을 시도하지 못하게 훈련복 상의를 잡아당기는 장면도 여러차례 나왔다. 공격진의 에이스인 김신욱은 김영권과 박주영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볼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헤딩슛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