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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아파트 단지들. 사진 |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거세지자 세금을 줄이고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를 매매하기 보다는 증여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지난해에 3억원에 샀다가 1년새 3억원이 오른 시세 6억원 하는 아파트의 경우 지금 팔면 양도세 40% 가량(12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부부나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금이 0원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증여를 하게 되면 보유 주택 수를 줄이게 돼 중과세도 피할 수 있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서 받은 ‘서울 아파트 증여 상위 20위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상위 20개 단지에서 총 4398건의 증여가 발생했다.

2017년 이후 서울 아파트 중 증여가 가장 많이 이뤄진 단지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으로 누적 증여 건수가 671건에 달했다. 이 단지는 최근 전용면적 84㎡ 분양권 매매가 12억원에 거래됐다.

증여 건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 상당수는 새 아파트들이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지속되자 양도세 중과(重課)와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자녀들에게 증여하며 주택 수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동구의 ‘고덕 그라시움’(344건), 중랑구의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341건), 송파구 ‘송파 헬리오시티’(314건) 등 2~4위는 증여 건수가 300건을 넘었다. 성북구 ‘꿈의숲 아이파크’(289건), 영등포구 ‘보라매SK뷰’(238건)와 ‘e편한세상 보라매 2차’(237건), 양천구 ‘래미안 목동아델리체’(209건)도 증여 거래가 2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증여 상위 20개 단지 중 15곳은 아직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곳으로 입주권이나 분양권 거래도 많았다. 이 단지들은 대단지 새 아파트로 향후 시세가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 매매가는 138건의 증여가 이뤄진 ‘서초 그랑자이’였다. 전용면적 119㎡가 2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의 무차별적 부동산 규제에도 쉼 없이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자 세금을 줄이고 가족 재산을 지키는 수단으로 증여가 확산된 것”이라며 “증여가 늘수록 매매를 위한 공급이 줄어들어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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