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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공효진(39)이 ‘동백꽃’으로 만개했다.

올해 드라마 최고 흥행작을 꼽으라면 지난 21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일 거다. 시청률 20% 고지를 훌쩍 넘기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동백꽃’ 그 중심에는 3년 공백이 무색할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공효진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저를 보시면 보통 ‘예뻐요’라고 해주시는데, 이번엔 ‘지지마요’ ‘힘내요’라고 하시더라.” 미혼모인 동백(공효진 분)은 옹산이란 작은 마을로 와 술집 까멜리아로 장사를 해 아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나약하기만 하던 동백은 자신을 이미 활짝 피어난 꽃이라고 말하며 응원하는 용식(강하늘 분)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인물이다. 강자에게는 맹수로, 약자에게는 히어로가 되어주는 동백의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과 사이다를 동시에 안겼다.

드라마를 마치고 만난 공효진은 “작가님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셨던 거 같다. 보통 한정된 이야기를 늘리고 늘리는게 대부분인데 작가님은 이야기꾼이었다. 항상 이야기가 차고 넘쳤고 매회 스토리가 빡빡했다”며 “마지막까지 대본이 재미있을 줄 몰랐다. 모든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고, 제가 향미(손담비 분)의 맥주 500잔으로 까불이를 때려잡을지도 몰랐다. 대본이 좋았단 얘기는 입이 아파서 더 못할 거 같다”고 종영소감을 밝혔다.

힘 있는 글과 멋진 연기를 보여준 플레이어들의 조우를 보며 희열을 느꼈다는 그다. 올해로 20년차 배우인 공효진은 “어떻게 보면 좋은 것도 해봤고, 별로인 작품도 겪어 봤고, 이 정도면 선방이야 했던 일도 있었다. 그런데 제가 겪을 수 있는 일이 또 있을 줄 몰랐다. 20년을 버티니 또 새로운 국면에 서 있게 되는거 같다”며 “이렇게 따뜻한 사람 이야기에 열광해 주셨다는 거에 ‘다들 마음이 나와 같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도 모두 겉으로는 센척하지만 결국은 정과 사람 간의 온기에 무너지는구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구나 느꼈다”고 ‘동백꽃’이 남긴 의미에 대해 되뇌었다. ‘나 아니면 다 남 같다’고 생각했던 냉소적인 시선이 이번 드라마를 하며 스스로 치유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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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강하늘 분)과 풋풋한 로맨스부터 필구(김강훈 분)-정숙(이정은 분)과의 코끝 찡한 모자-모녀 케미, 향미(손담비 분)와의 워맨스까지. 이야기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는 공효진의 활약은 ‘동백꽃’의 인기를 견인하는 주요인이었다.

아역배우 김강훈에 대해 혹시나 낯을 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공효진은 “정말 순수한 아이고 연기를 유연하게 할 줄 아는 연기자더라. 강훈이가 필구라 다행이었다”라고 전하며 “보고만 있어도 눈에서 하는 호소가 있더라. 강훈이의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다른 아역배우들이 아닌 강훈이의 대사에만 다들 눈물이 났다. ‘아 이 아이구나’하고 바로 결정했다. 필구가 촬영하면서 많이 컸다”며 웃었다.

아직 미혼인 공효진에게 모성애 연기가 어렵진 않았을까. 이에 그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엄마 역할을 몇 번 하긴 했다. 그런데 모성애 연기는 어떤 작품이 더 쉬웠거나 더 알겠거나 하는 수준은 아닌 거 같다. 똑같이 참 어렵다”며 “결혼도 안하고, 엄마도 아니라 모성애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는 제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낳아봐야 안다’고 하더라. 이번 ‘동백꽃’을 보며 그 친구들이 참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동백꽃’ 마지막회는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이자, 올해 방영된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에 해당한다. 이에 “‘이게 무슨일이야’ 싶었다”는 공효진은 “앞으로 제가 이런 신드롬적인 드라마를 또 할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놀라웠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최고 시청률로 18%를 예상했다는 공효진은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대본이 이 정도로 끝까지 탄탄할지 몰랐다”며 “시골동네 사람들의 순박한 정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질지도 몰랐다. 옛날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살인, 배신, 치정, 돈 등 돌고 돌아 사람들의 마음을 진짜 꿈틀거리게 하는건 결국은 ‘정’이구나 싶더라. 사람 사이의 정은 세월이 가도 다 똑같이 느끼는 감성인 거 같다”고 흥행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동백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추측하는 스릴러적인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시청자들 사이에선 까불이 정체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공효진은 “까불이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촬영 중 주변에서 정말 많이 받았다. 그런데 궁금해 하면서도 지인들이나 출연 배우들이나 하나같이 까불이 정체에 대해 미리 알고 싶어 하지 않더라. 내가 먼저 아는게 아까운 느낌이랄까. 까불이를 알면 다 끝나는 느낌이어서 일부러 알려고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구는 끝까지 헬레나(카슨 분)를 의심했고, 변 소장님(전배수 분)은 끝까지 본인이 까불이라고 주장하셨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동백꽃’이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 욕심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상 욕심이 없다”며 “연말이기도 하고,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동백꽃’에서 제가 동백이라 거론되는 거라 생각하는데, 전 아직 받을 때가 안됐다”고 공효진의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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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