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인천 원스선수트레이닝센터(센터장 이상원).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인천=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힘차게 새해를 맞이한 최지만(29·탬파베이)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 지난해 생애 첫 풀타임 활약과 가을 무대 진출을 동시에 일궈낸 만큼 다가오는 다음 시즌을 향한 목표는 더욱 커졌다.

◇ 동산고 선후배 ML 조우 “류현진과 맞대결? 동문들이 난리 날 것”

지난달 23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토론토 행을 확정 지으며 자연스레 최지만과의 맞대결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제 최지만은 같은 아메리카리그에서 동산고 선배 류현진을 상대해야 한다. “왜 갑자기 와가지고!”라며 장난스럽게 고충을 털어놓은 후에는 “아직 축하 메시지는 전달 못 했다. 워낙 많은 분이 축하해줬을 것 같아서 저는 나중에 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최지만은 지난 시즌 휴스턴과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를 치르는 동안 미국 최고의 우완 투수 세 명(게릿 콜·잭 그레인키·저스틴 벌렌더)을 이미 경험했다. 한 차례 큰 무대를 밟아본 만큼 류현진과 맞대결에 따른 부담감은 아직 없다. 최지만은 “(류)현진이 형도 똑같을 것이다. 저희 두 선수는 사실 아무 감정이 없는데 저희 모교가 그런 게 있을 것 같다”며 동산고의 ‘야구 사랑’을 언급했다. 그는 “저희 모교에서 저와 현진이 형 경기가 있는 날엔 수업 안 하고 경기 본다고 하시더라. 아마 동문 선후배님들이 학교에서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다. 누가 이길지 내기도 하지 않겠나”라며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기대했다.

토론토 1선발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류현진이지만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자신은 항상 있다”며 굳게 다짐한 그는 “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매번 제가 상대해야 하는 투수라고 여길 것이다. 자신감 없으면 어떻게 야구를 하겠나”라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실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찬 출사표였다.

최지만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인천 원스선수트레이닝센터(센터장 이상원).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여전히, 매 순간 나가고 싶다” 이루지 못한 태극마크의 ‘꿈’

많은 것을 이룬 최지만에게도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10년이 넘는 선수 시절을 보내는 동안 많은 유니폼을 입어왔지만, 국가대표로서는 아직 타석에 서보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동료들의 선전을 먼발치서 바라봐야만 했던 최지만에게 ‘태극마크’는 가장 높은 꿈이자 목표다. 프리미어12 때는 김경문 감독이 먼저 최지만을 찾았다. 아쉽게 출전은 불발됐지만, 최지만은 “감독님께서 먼저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거듭 인사를 전했다. “매 순간 나가고 싶었다”며 목소리를 높인 후에는 “어떻게든 나가고 싶다. 야구뿐 아니라 종목 상관없이 모든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하고 싶어 하지 않나. 그 영광을 안고 싶은데 하지 못해서 여전히 아쉽다. 항상 하고 싶다”고 거듭 출전 의지를 표현했다.

오는 2021년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잡겠다는 쪽이다. “저는 늘 나가고 싶다. 여전히 그렇다”며 운을 뗀 최지만은 가장 큰 이유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꼽았다. 타지에서 선수생활 대부분을 보낸 그에게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선수들과의 동행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는 “한국 선수들하고 운동하는 게 이제는 좀 그립다.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제대로 같이 해본 적이 없어서 외로운 게 항상 있다. 나이를 먹어가서 더 그런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최지만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인천 원스선수트레이닝센터(센터장 이상원).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새해 복 저한테 많이 주세요” 유쾌한 청년, 최지만의 새해 인사

지난해 이상의 활약을 보인 만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도 욕심도 더욱 커졌다. 그만큼 부담감은 늘 그의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최지만은 “팬분들이 항상 기대해주시는 게 참 감사하다. 부담은 항상 있지만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시차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그의 경기를 챙겨보는 한국 팬들은 여전히 최지만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그는 “새벽 경기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출근한다는 말이 좋더라. 앞으로도 그 말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의 소망은 그리 크지 않다. 먼 곳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는 한국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을 뿐이다. 인터뷰 말미 최지만은 ‘감사하다’는 말에 유독 힘을 더했다. 지난달 10월 한국 땅을 밟은 후 꽤 많은 팬들이 자신을 알아봐 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컸다. 최지만은 “한국 입국하고 저를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새벽에 밤을 지새우고 경기를 봐주시는 분도 계신다. 그 자체로 고맙다”고 거듭 인사했다. 자신을 향한 날 선 지적도, 따뜻한 배려도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최지만은 “제 기사에 달리는 안 좋은 말이든 좋은 글이든 그 자체가 저를 향한 관심이라 다 감사하다”며 진심 어린 고마움을 드러냈다.

특유의 장난기가 묻어나는 새해 인사도 함께 전했다. 인터뷰 말미 최지만은 “올 한해 저보다 많은 분이 고생하셨다.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그 복을 저한테 좀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크게 웃었다. 또 “제가 잘해야 다들 기분이 좋으실 거다. 팬분들도 기운을 저한테 나눠주셨으면 좋겠다”며 다가오는 다음 시즌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예고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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