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4) 용평 리조트 레드 슬로프
겨울철 주행거리가 171km에 그친다고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 EQC. 실제 겨울 주행을 해 본 결과 300km 가까이 주행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 | 최영석 칼럼니스트

[스포츠서울]벤츠 최초 전기차인 EQC의 겨울철 연비가 171㎞라는데 진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직접 체험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시승차를 구했다. 코로나19가 걱정됐지만 서울에서 용평으로 마지막 눈꽃 여행을 떠났다. 조수석 뒤 의자만 접고 길이가 긴 스키와 보드 및 장비의 짐을 실었다. EQC에는 3명이 탑승했다.

(사진18) 전비 4.2kmkWh
EQC의 연비는 운행 패턴을 토대로 조정된다. 30분가량 올림픽도로를 정속 주행하자 전비도 4.2km/kWh까지 향상됐다.  사진제공 | 최영석 칼럼니스트

여행을 다녀온 뒤 총 추행거리와 사용 전력을 계산해보니 총 주행거리는 463㎞였고 총 충전량이 87.46㎾h, 총 사용 전력량은 133.56㎾h로 평균 전비 3.46㎞/㎾h가 나왔다. 전비만으로 계산해 보면 276㎞를 주행할 수 있다. 정속 주행을 잘하면 320㎞ 주행까지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왜 EQC는 겨울철 주행 거리가 171㎞라고 알려졌고 이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도 못 받게 됐을까?

관련 규정(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니 ‘고속 전기 승용자동차는 상온에서 주행거리가 최소 120㎞ 이상 저온에서는 상온 주행거리의 70% 이상이 되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세부 시험방법에 따르면 ‘저온시동( -6.7도)’ 기준으로 배터리 완충 후 차량 내 히터를 최대로 작동시킨 상태에서 주행거리를 테스트하고 주행거리가 상온 주행거리의 60% 이상이 돼야 한다.

환경부가 EQC에 대해 최종 고지한 복합 전비는 3.2㎞/㎾h다. 북미와 우리나라에서 연비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CVS(시내구간) 모드로 계산할 경우 44분이 소요되는 CVS 모드 주행 시 EQC는 5.6㎾h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그 중 히터에 투입되는 전력이 3.66㎾h다. 결과적으로 주행에 필요한 전력의 39% 가까이를 히터에 작동하게 한 것이다. 결국 이 규정 때문에 EQC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기술 수치를 무시한 ‘히터를 최대’로 라는 규정은 향후 히터의 용량을 줄이거나 한국형 모드를 별도로 만드는 꼼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QC는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와 비싼 가격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독특한 국내 규정에 ‘히터 꼼수’를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일 뿐 일상생활에서 크게 부족함이 느껴질 정도의 주행거리는 아니었다.

<차지인 대표 겸 선문대학교 스마트자동차 공학부 겸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