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Trade Dress 규정 어긴 것 이해 안 돼…공론화 필요”끊임없는 구설수, 내로남불식 대처에 소비자들도 “신뢰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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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가 블리다 상표권을 무단 사용 후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제공|제보자 K씨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지난해 ‘곰팡이 호박즙’ 제조 파동 이후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던 부건에프엔씨 의류브랜드 ‘임블리’가 서울패션위크 출신 이다은 디자이너의 ‘블리다’ 상표권을 무단 사용한 뒤 “단순 해프닝이므로 사과할 수 없다”고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서울패션위크 심사위원을 역임한 김홍기 큐레이터까지 나서 임블리의 모럴해저드 비판에 나섰다.

K씨는 5일 “임블리는 서울패션위크 출신 이다은 디자이너의 블리다 상표권을 무단 사용했음에도 ‘단순 해프닝’이라는 명목으로 공식 입장문 요청을 거절했다. 자사 상표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투쟁하던 임블리가 역으로 타사 상표권을 침해하고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제보했다. 임블리는 그동안 상표권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라는 규정을 십분 활용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다. 이 규정 덕분에 임블리는 ‘#임블리’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거나 임블리 화보와 포즈가 비슷한 사진을 올린 소상공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며 합의금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임블리는 자신의 브랜드 방어에만 철저했을 뿐 자신이 ‘트레이드 드레스’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단순 실수’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부건에프엔씨 전 상무이자 현 임블리 모델로 활동 중인 임지현 씨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인해 촉발됐다. 그는 임블리 신제품 ‘블리다’(임블리+데일리)를 데일리웨어로 소개하며 상품 출시를 알렸다. 이후 기존 ‘블리다’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론칭한 이다은 디자이너가 임블리 측에 상표권 무단 사용에 대한 사과와 입장문 표명을 요구하자 게시물만 삭제했다.

제보자 K씨는 “최근 임블리의 행위가 조용히 넘어갈 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아 제보했다. 이들은 ‘블리다’라는 애칭을 SNS를 통해 단발성 프로젝트에만 사용했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할 뿐 입장문 하나 내지 않았다. 소비자들도 등을 돌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다은 디자이너는 “진솔한 사과가 담긴 입장글을 원했지만 임블리 측은 여러 내부 상황으로 인해 공식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아직은 고소나 법적 대응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그들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비판도 거세다. 김홍기 큐레이터는 “임블리는 블리다 상표를 내고 예약주문을 받고 있다. 단발성 기획이라고 해명했지만 베이직 라인이라는 단어를 쓴 이상 장기적인 상품 기획, 금전적 이득을 의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적재산권으로 피해를 본 쪽에서 요구하는 최소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내부사정으로 입장문을 낼 수 없다는 변명으로는 상표권 침해 실수를 합리화할 수 없다.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블리 측에 이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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