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첫 사건 발생 34년 만인 2일 종료됐다. 출처|MBC

[스포츠서울 안은재 인턴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57)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첫 사건 발생 34년 만에 일단락됐다.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범인은 밝혀낼 수 있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 30여년간 미제로 남겨졌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의 자백을 확보한 뒤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려 약 1년간 재수사를 벌였고 배용주 청장(치안정감)이 그 결과를 2일 오전 10시 언론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춘재는 총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사건 은폐, 감금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했던 당시 검찰 직원과 경찰관 9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1988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윤 모씨(왼쪽에서 세번째)가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이춘재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10건의 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에서 발생한 8차 사건의 경우 윤 모(53) 씨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윤 씨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수원지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8차 사건 담당 검사와 경찰 수사과장 등 8명은 윤 씨에 대해 임의동행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 감금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서 발생한 초등생 살인사건은 그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실종사건으로 분류됐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담당 경찰관들이 초등생의 유류품과 사체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폐한 혐의로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 한 명은 두 사건 모두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출귀몰했던 이춘재의 연쇄살인사건은 과학수사의 발달로 DNA 검출·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진범을 밝힐 수 있게 됐다.

경찰은 현재 과학수사 수준이 사건 발생 당시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점에 착안해 지난해 7월 15일 피해자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검출·분석을 의뢰했다.

지난해 8월 9일 9차 사건 유류품에서 이춘재의 DNA가 처음 검출됐고 그의 자백이 더해져 1년에 걸친 재수사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춘재 범행과 더불어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경찰, 검사 등의 불법적인 수사방법 등에 대한 처벌은 공소시효가 지나 이뤄질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이춘재와 당시 검찰, 경찰 등의 범행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방식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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