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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긴 시련을 이겨내고 선발진의 한 축으로 당당히 올라섰다. SK 우투수 이건욱(25)이 프로 입단 후 가장 의미있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건욱은 지난 8일 문학 NC전에서 6이닝 3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3승째를 거뒀다. 지난달 3일 NC를 상대로 3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지만 이날은 공격적인 투구를 바탕으로 복수에 성공했다. 리그 최강 타선을 상대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웠고 간간히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 타이밍도 빼앗았다. 지난 5월 28일 닉 킹엄의 부상 이탈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은 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이건욱이다.
NC전을 마친 후 이건욱은 두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먼저 그는 홈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에 대해 “홈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물론 홈구장이 펜스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부담이 된다는 투수도 분명 있다. 그러나 나는 마운드도 여기가 익숙하고 패스트볼도 홈에서 잘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스트라이크존도 홈에서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어보지 않았다. 모든 구장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다. 다른 구장 마운드에 적응하는 게 아직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실 SK 투수는 물론 원정팀 투수들도 문학 경기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낀다. 거포를 상대할 때면 빗맞은 타구가 홈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욱은 펜스까지 거리를 생각하지 않은 듯 늘 거침없이 정면승부를 펼친다.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구위를 두고 “구속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볼끝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광판 구속이 많이 안 나와도 타자들이 내 공에 밀려서 파울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미소지었다.
원인은 뚜렷하다. 최고구속 144㎞ 패스트볼에 타자들의 타이밍이 늦는 원인은 이건욱의 패스트볼이 남다른 수직 무브먼트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건욱 역시 “수직 무브먼트가 높게 측정된다고 알고 있다. 최상덕 코치님께서도 이 부분을 살리자며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그래서 굳이 낮게 던지는 데에 집착하지 않는다. 낮게 잘 들어가면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 타깃을 좀 높게 잡고 높게 보고 들어가려고 한다. 높게 던지는 게 내 패스트볼에는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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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과학기술이 야구에 접목되면서 과거에는 막연했던 여러가지가 객관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건욱 또한 몇 년 전이었다면 하이패스트볼 보다는 낮은 코스의 꽉찬 패스트볼 구사를 강요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 막연히 “볼끝이 좋다”고 했던 표현이 이제는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로 바뀌었고 이에따른 맞춤형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건욱은 선발투수로 6주 가량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예전에는 선발투수들이 한 번 던지면 굉장히 긴 시간을 쉬고 다시 등판한다고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다. 선발 등판할수록 내 차례가 빨리 오는 느낌이다”며 “그래도 재미있다. 올해가 선발 첫 해인 만큼 이런저런 루틴을 하면서 내게 가장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기본적으로 3이닝만 전력으로 던지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는데 계속 등판하다보니 6회에도 힘이 있다. 이번에도 6회에 전력투구가 가능했다”고 체력적으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염경엽 감독님께 가장 고맙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마자 다른 투수가 아닌 나를 선택해주셨다. 덕분에 이렇게 선발투수로 던지고 있다”며 자리를 비운 사령탑에게 고마움을 전달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