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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양현종이 2연속시즌 힘겨운 시즌 초반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KIA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어 오히려 마음의 짐이 무겁다. 여기저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를 향한 코칭스태프의 신뢰는 두텁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양현종만큼 꾸준한 투수도 없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12일 현재 시즌 12경기에서 63.2이닝을 소화하며 43실점(40자책)했다. 5승 5패 평균자책점 5.65는 주위 우려를 살만 한 성적이다. 지난달 14일 SK전에서 7이닝 3실점했을 때까지만 해도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듯 했지만 21일 삼성전 4이닝 8실점(7자책), 지난 4일 NC전 4.1이닝 8실점, 10일 키움전 5.1이닝 5실점(4자책)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19.2이닝 동안 홈런 5방을 포함해 34안타 21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무려 9.61에 달한다. 당연히 승리한 번 없이 3패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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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양현종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 첫 6차례 등판에서 승리없이 5패를 떠안았고, 5월 2일 삼성을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지만 2연속경기 호투하고도 또 연패에 빠졌다. 지난해 12차례 선발등판한 직후 양현종의 성적표는 4승 7패 평균자책점 4.04였다. 71.1이닝 동안 홈런 4방을 포함해 82안타 34실점(32자책)으로 악전고투했다. 5연패에 빠진 동안 6자책점 이상 경기만 세 차례 나왔고, 5회 이전에 강판한적도 세 번 있었다. 지난해 4월 4일 삼성전에서는 겨우 2이닝만 던진뒤 9안타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굴욕도 맛봤다. 재미있는 점은 최악의 출발을 하고도 시즌 평균자책점을 2.29로 낮췄고 16승을 따냈다. 5연속시즌 180이닝 이상 던졌고, 6연속시즌 두 자리 승 수를 따내 ‘역시 양현종’이라는 찬사를 끌어 냈다.
부진 원인은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지난해 여름레이스에 대비해 컨디션을 최대한 늦게 끌어 올렸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고려한 컨디션 관리 차원으로 해석됐다. 개막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하면 정작 순위싸움을 해야 할 여름 레이스 때 전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2017년부터 새로 장착한 시즌 준비 루틴 성공에 따른 믿는 구석도 있었다. 시즌 후 성적은 양현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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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즌 준비 과정을 거쳤지만, 개막 연기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투수들은 실전을 통해 마지막 구위 향상 퍼즐을 맞추기 마련인데, 양현종도 이 과정이 생략돼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최근 양현종의 투구를 살펴보면 타자들에게 ‘잡힌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볼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도 많고, 출발부터 볼과 스트라이크 구분이 뚜렷해 빠른 카운트에 배트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잘 제구된 공이 빗맞은 안타로 둔갑하는 것도, 무조건 불운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양현종의 볼배합이나 변화구 궤적 등이 좋을 때보다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제구 난조는 밸런스 붕괴가 원인으로 꼽힌다. 양현종은 KBO리그 투수 중 자신의 밸런스를 제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투수다. 부진 원인을 파악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주장 중책을 맡아 팀 재건에 앞장서려는 책임감이 조급증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