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일오팔팔’의 성공적인 연착륙 배경에는 김기동 감독의 ‘밀당’이 있다.
포항은 시즌 전부터 일명 ‘일오팔팔’(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로 구성된 외국인 라인에 기대를 걸었다. 우려도 있었지만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는 물론 팔라시오스와 오닐도 최근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팔라시오스는 시즌 초반만 해도 기대에 못 미쳤다. 다소 단순한 플레이 스타일과 부족한 수비 가담이 발목을 잡는 듯했다. 그 사이 전남이 팔라시오스를 강하게 원했다. 구단과 김기동 감독도 처음에는 임대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으나 논의 끝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팔라시오스는 전남의 관심을 알았지만 1부에 남아있기를 원했다. 다만, 출전 시간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김 감독은 팔라시오스와 면담을 가졌고 ‘누구도 출전 시간이 보장돼 있지는 않다. 조직적인 플레이에 더 집중하면 출전 시간은 늘어날 것’이라는 뉘앙스의 당근을 건넸다. 이후 팔라시오스는 완전히 달라졌고,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팔로세비치도 마찬가지다. 7라운드 전북전에서 부상을 당한 팔로세비치는 13라운드 인천전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11라운드 수원전부터 출전을 원했으나 김 감독이 만류했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혹여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을 했다가 부상을 재차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더욱이 팔로세비치가 빠진 사이 포항은 승승장구했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팔로세비치는 지체되는 복귀전에 조급해져 재활 훈련에 더욱 매진했다. 자신이 준비가 됐다는 걸 김 감독에게 증명하고 싶어했다. 이에 김 감독은 몸 상태가 80% 정도 였던 팔로세비치를 12라운드 서울전에서 교체 카드로 사용했다. 한 달만의 복귀전이었다. 팔로세비치는 10분 남짓한 출전 시간에도 1도움을 올리며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했다.
묵묵히 팀에 보탬이 되고 있는 오닐에게도 ‘밀당’이 적용됐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오닐 대신 이승모를 중용했다. 같은 포지션이지만 이승모를 교체할 때 오닐을 투입하지 않았다. 오닐에게는 자극이 됐고, 이승모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승모는 제 몫을 해냈고, 오닐 역시 최영준과 함께 수비 라인 앞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류첸코에게는 먼저 채찍을 들었다. 그는 서울전 전까지 리그 11경기와 FA컵 2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허용준의 입대로 대체자가 마땅치 않았다. 일류첸코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다. 일류첸코도 큰 불만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그렇게 맞은 서울전, 멀티골을 넣은 일류첸코가 후반 막판 힘들다는 사인을 보냈다. 이를 본 김 감독은 일류첸코를 곧장 벤치로 불러들였다. 김 감독은 교체 뒤 힘들어하는 일류첸코에게 “잘했다.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