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낯선 얼굴이었다. 독립영화계 새바람을 일으킬 아이돌이 등장했나 싶었다. 아니었다. 아이돌로부터 독립한 한 배우의 탄생기였다. 포미닛 출신 배우 권소현(30) 이야기다. 짧게 자른 머리, 주근깨 가득한 얼굴, 날 선 표정에 ‘아이 라잇 더 뮤직(I like the music)’을 외치던 가수 권소현은 온데간데없었다.

영화 ‘딜리버리’에서 주연 미자 역을 맡은 권소현은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어려운 역할이지만 고민은 안 했다. 미자가 겪는 내·외적 변화가 와닿았다”며 “배우로서 다양하고 성숙한 경험을 하는 게 필요했다. 이 시대, 이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인물이 사건을 마주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딜리버리’(감독 장민준)는 불임부부 귀남(김영민 분)과 우희(권소현 분)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 백수 커플 미자(권소현 분)와 달수(강태우 분) 커플을 만나 문제적 거래를 한다. 동명의 두 여배우가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포미닛 출신 권소현은 미자를 맡았다.

미자는 꿋꿋하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발버둥 친다. 남편 달수는 현실 파악에 서툴다. 게임에 빠져 산다. 겨우 한다는 게 로또 사는 일이다. 기회인지 위기인지 모를 사건은 임신하면서 생긴다. 아기를 키울 형편이 안 된 미자-달수는 산부인과로 향해 아기를 지우기로 한다. 의사 귀남은 무성의하게 낙태 수술을 했다 실패한다. 그러자 불임으로 판정받은 우희가 임신 기간 동안 살 집과 돈을 주겠노라 제안한다.

미자는 수락한다. 영화는 미자의 신체적 변화에 주목한다. 관객은 뱃속 아기가 커지면서 겪게 되는 산모의 고통으로 함께 간다.

“촬영 횟수가 거듭될수록 분장 시간이 비례해서 늘어났어요. 얼굴에 나는 주근깨, 잡티를 표현하기 위해서였죠. 뱃속 아기가 커지면서 피부가 터지면서 생긴 튼살의 존재도 알게 됐죠. 자연분만으로 저를 낳은 엄마 고충을 간접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마침내 미자 몸에서 양수가 뚝뚝 떨어진다. 산부인과로 향했다. 분만 의자에 앉자 갖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분만 고통이 고스란히 찾아왔다. 호흡마저 찼다. 참아보려해도 몰입한 순간 미자 그 자체였다. 권소현은 “몸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힘들어 촬영을 끊어갔다. PD가 저를 안아주며 감정을 추슬렀다”고 설명했다.

미자의 격렬한 고함 끝에 “응애”하는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가득했다. 격정적인 감정은 아이를 출산한 뒤 더 몰려왔다. 초음파 검사에서 나온 아이는 기형아일 확률이 높았다. 기형아면 미주가, 정상아면 우희에게 넘기기로 했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정상입니다”라는 간호사 말은 이별의 신호였다. 엄마가 된 미자 얼굴엔 출산의 기쁨을 지운 슬픔으로 얼굴이 가득했다.

권소현은 “갓난아기를 처음 안아봤다. 분유 냄새가 코끝에 퍼지는데 저절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건강한 여건을 갖춰야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작품”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SS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