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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전동킥보드의 이용자의 과실로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치료비는 보행자나 그 가족의 자동차보험으로 우선 지불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용자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 “공유 킥보드 업체에 대한 과도한 특혜” 등의 비판이 거세다.
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무보험자동차’의 정의에 ‘개인형이동장치’(전동킥보드)를 추가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예고했다. 개정되는 약관은 다음 달 계약 체결 및 갱신분부터 적용된다.
현재 킥보드 업체가 제공하는 보험은 킥보드 결함이나 오작동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보상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이용자가 낸 대인(對人) 사고까지 보상하는 보험은 매우 드물고 보상도 충분치 않은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면 킥보드에 치여 다친 보행자가 자동차보험 계약자일 경우 무보험차 상해 특약으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보행자가 자동차보험 계약자가 아닌 경우 그의 부모나 자녀의 자동차보험으로 보험처리를 할 수 있다. 보험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치료비를 선지급한 후 킥보드 운전자에게 구상(求償)을 청구하게 된다.
최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전동킥보드를 개인형이동장치 차종으로 규정했다. 오는 12월부터 킥보드의 인도(자전거도로) 주행이 정식으로 허용되고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합법적으로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킥보드 이용자 과실에 따른 보행자 상해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도 개정하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킥보드 사고 피해자들이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업계는 “전동킥보드 판매업체와 공유업체, 이용자의 책임을 자동차보험사와 가입자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고를 낸 킥보드 이용자가 미성년일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미성년자에게 보험금 구상권 행사를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킥보드는 뒷골목이나 인도 곳곳을 누비기 때문에 고의·허위사고 보험사기 개연성도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누리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사고 낸 사람 보험도 아니고 사고 당한 사람 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전동 킥보드를 자동차로 분류하겠다고 하고서 인도 주행을 허용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당황스럽다” “13세 이상이 킥보드를 합법적으로 타면 정말 살인무기” “킥보드 업체와 허가권자의 밀착관계가 의심될 정도로 업체에 대한 과도한 특혜”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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