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인천 도원체육관 주차장이 자동차로 가득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역 대책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격하됐기 때문은 아니다. 인천 신한은행이 홈 개막전을 맞아 팬들을 초청해 이른바 ‘카택트(Cartact) 응원’전을 준비했다.
경기시작 30분을 앞두고 미리 신청받은 40대의 자동차가 질서정연하게 입장했다. 주차장 끝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음성을 청취할 수 있는 라디오 주파수가 안내됐다. 열성적인 여자농구 팬들은 “빨리 체육관에 들어가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면서도 “이렇게라도 개막을 해서 다행이다.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로 격하됐고, 13일부터 프로야구가 관중을 받는다고 들었다. 여자농구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했다.
아쉽지만 당분간은 자동차 극장이나 온라인, 모바일 등을 통한 랜선 응원만 허용된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김용두 사무총장은 12일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신한은행-부천 하나원큐전을 앞두고 “우리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관중 개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중 입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이날 마케팅회의를 갖고 이르면 13일 관중개방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기로 결론 내린 것과 대비된다.
남녀 프로농구가 관중 입장에 온도차를 보인 것은 구단 예산과 관중 수익의 상관관계 차이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KBL은 관중 입장 수익을 홈팀이 100% 수익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WKBL 6개구단은 만원 관중이 들어차도 수익으로 여기지 않는다. 구단 운영 예산 자체가 모기업(금융그룹)의 사회공헌사업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적게는 40억원에서 많게는 60억원가량 한 시즌 예산을 쓰는데, 공익을 위한 사회공헌사업 차원으로 여자 농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관중 수익이 발생하면 이벤트 용역비 등 부대 비용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구단이 불을 켜고 관중 모집을 하지는 않는다. 금융그룹이라 프로 스포츠로 수익을 발생시키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는 점도 구단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 신한은행이 카택트 응원전을 준비한 것처럼 WKBL 6개구단은 무관중 시즌에 대비해 랜선 응원 등 언택트에 포커스를 맞추고 개막을 준비했다. 정해진 예산을 이미 집행했으니, 관중 입장에 따른 시스템 정비 등에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회공헌사업비를 추경으로 편성하는 것도 애매해 방법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역시 그룹 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구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명색이 프로스포츠인데 관중 입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종목에 비해 떨어지는 현실은 아쉽기만 하다. 접근성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간을 내 도원체육관을 찾아 ‘카택트 이벤트’에 참가한 팬들의 열정까지 외면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재에 밝은 금융그룹이 여자농구단을 운영하는 만큼 팬과 호흡할 방법도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KBL은 이르면 17일부터 관중이 입장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