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식
지난 2012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긴급 임시 총회가 열린 직후 박충식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선수협은 KBO 이사회가 10구단 창단을 유보한다고 의결하자 강도 높게 비난하며 올스타전 불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후배들을 위해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은 모두 얘기하겠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박충식 전사무총장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재홍 회장이 취임한 2012년 1월 이사회 투표로 사무총장에 선임돼 4년 7개월 가량 재임하면서 회계 투명성 확보에 사활을 걸었던 박 전 사무총장은 최근 스포츠서울이 보도한 ‘사라진 선수협 50억원’ 소식을 접한 뒤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무총장에 선임된 뒤 투명하게,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다. 회계감사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 등 꼼꼼하게 챙긴다고 챙겼는데, 50억원 이상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 사용 내역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012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임시총회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긴급 임시 총회 입간판. (스포츠서울DB)

선수협이 지난 6월부터 4개월에 걸쳐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이 공동으로 10년간 자금 출처를 대조한 결과 약 50억원 가량 증빙 자료가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사회를 통해 ‘전임 사무총장들에게 확인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아 조만간 내용증명 혹은 이메일 등을 통해 질의를 할 계획이다.

박 전사무총장은 “내가 재임 시절에도 회계법인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게 있었다. 은퇴선수와 기자, 게임업체 관계자 등과 미팅을 하는 장소 등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누구와 만났는지 등이 빠짐없이 기재돼 있어 소명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았다”며 “권시형 전 사무총장이 횡령한 액수 중 결손처리가 안된 부분 등도 법률 해석을 받아 ‘받아낼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던 사안이다. 당시 액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선수협에서 질의를 해오면 성실히 답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지난 2012년 12월 선수협 총회를 준비하는 박재홍 선수협회장과 박충식(왼쪽) 사무총장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날 안건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 이 때 집행부가 가장 강조한 것이 ‘투명한 운영’이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전직 선수협 관계자는 “이호준 회장 시절에 새로 계약을 맺은 회계감사 업체를 통해 ‘100만원 이상 지출되면 회계 사무사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결의를 했다. 돈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게 확인 돼 금전사고 방지에 사활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장 역시 “이사회 등을 하면 많이 부딪히기는 했지만 10원짜리 한 장도 10개구단 이사진의 동의 없이는 외부로 나갈 수 없도록 결의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아쉽다. 아는 범위 내에서 모두 소명하고, 미진한 부분도 증빙자료나 증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8월 당시 승부조작 등 크고작은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은 메이저리그식 선수 연금 조성을 둘러싼 이사진과 마찰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관계자는 “당시 박 전총장은 저연봉이나 조기 은퇴선수 등을 위한 메이저리그식 연금 적립을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50억원 가량 기금을 모은 상태였는데, 이사회에서 ‘선수들에게 비활동기간 월급 형태로 나눠주자’는 결의가 됐다. 기금은 일종의 보험 형태로 불리는 중이었는데, 중도해지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이라며 “당시 연금 기금을 깨지 않고 그대로 적립했다면 지금쯤 300억원 이상 모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S포토]유소년야구클리닉 개최하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
2017년까지 선수협을 이끌던 이호준 전회장도 ‘회계처리의 투명성 확보’에 온 신경을 집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2016년 12월 열린 제2회 프로야구선수협회 유소년야구클리닉 장면.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협 양의지 회장은 “베테랑이 되고 보니 선수협 기금은 연금형태로 적립해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자금 투명성 확보와 정관개정 절차 등을 완료하면, 선수협 연금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라도 현재 문제가 된 ‘사라진 50억원’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의구심이 있는 부분을 정리해서 (선수협이)빨리 알려주기를 바란다. 양 회장이 결단력을 갖고 업무를 추진해가려면 그간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모든 의혹을 해소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수협이 더이상 안좋은 이슈로 회자되는 일이 없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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