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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의리남’ 박항서(62)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현장 지도자로 복귀한 후배 홍명보(52) 울산 현대 감독 응원차 경남 통영을 찾았다.
박 감독은 지난 18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새 시즌 대비 동계전지훈련 중인 울산 선수단이 머무는 경남 통영 숙소를 찾았다. 홍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 감독께서 깜짝 방문하셔서 좋은 말씀 해주고 가셨다”며 밝혔다.
지난해 말 입국해 서울 모처에서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박 감독은 통영과 가까운 고향 경남 산청으로 이동해 노모를 만난 뒤 재충전하고 있었다. 때마침 ‘애정하는 후배’ 홍 감독이 울산 선수단을 이끌고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홀로 조용히 숙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이날 박 감독이 깜짝 방문했을 때 취재진 앞에 설 것을 언급했으나, 박 감독은 자신이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아 정중하게 고사하고 선수단에 응원 메시지만 남긴 채 조용히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당시 주장 완장을 찬 홍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등 주력 베테랑 선수와 소통에 앞장서면서 버팀목이 됐다. 월드컵 이후에도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뒤 성공 신화를 쓴 박 감독은 지난 2018년 12월 아시안컵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홍 감독이 연말에 추진한 자선축구대회 참석을 위해 경기 당일 한국-베트남을 왕복하기도 했다. 당시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에 “꼭 다녀와야한다”고 허락을 받은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등 정성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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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홍 감독이 지도자로 한동안 공백기를 보낼 때도 “홍명보는 우리 축구의 자산”이라며 “여러 노하우를 다시 발휘할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홍 감독 뿐 아니라 여러 후배가 힘이 닿는 한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펼칠 기회를 얻어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기를 바라는 게 그의 진심이다. K리그 사령탑으로 활약하다가 잠시 공백기를 거친 뒤 베트남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자신의 커리어도 후배들의 본보기와 같다. 불같은 성격만큼이나 뜨거운 의리를 자랑하는 그의 깜짝 방문과 격려는 여러 부담을 안은 홍 감독에게 비타민 주사처럼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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