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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조웅천 코치가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투수들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 제공=SK 와이번스

[제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평균자책점 1점만 낮추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SK 조웅천(50) 투수코치는 우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투수들을 돕고 있는 조 코치는 “팀 평균자책점을 1점만 낮추자는 게 1차 목표”라며 “상수와 변수가 공존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목표부터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SK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57)였다. 볼넷 670개는 압도적인 꼴찌였고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도 1.60으로 높았다. 2016년을 끝으로 두산과 롯데에서 투수코치 생활을 한 뒤 5년 만에 돌아왔는데, 다른 팀에서 SK 투수들을 바라보니 애잔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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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조웅천 코치(오른쪽)가 김원형 감독과 함께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제공=SK와이번스

평균자책점이 급상승(2019년 3.48)한 요인으로 ‘벤치 분위기’를 꼽은 조 코치는 “투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타자와 싸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SK 투수들은 불펜에서는 박수를 유도할만 큼 좋은 공을 뿌리던 투수들이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맥을 못추기 일쑤였다. 볼넷을 내주면 2군으로 강등될 것이라는 부담감을 느끼면, 타자와 싸움하기도 전에 기세를 잃기 마련이다. 투수는 그만큼 예민한 포지션이다. 김원형 감독을 포함한 모든 코칭스태프가 ‘분위기’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훈련을 하고 있다. 통상 서너 차례 불펜투구를 하면 라이브피칭, 평가전 등으로 넘어가는데, 우리는 올해 불펜투구만 8차례 정도 잡혀 있었다. 날씨 탓에 이틀간 불펜 투구를 취소한 게 오히려 약”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17일과 18일 폭설과 강풍으로 야외 훈련을 할 수 없는 기상 여건이었다. 워낙 훈련량이 많았던 탓에 투수들도 지칠 때가 됐는데, 적절한 휴식을 통해 회복할 시간을 번 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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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조웅천 투수코치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훈련을 과하다 싶을만큼 반복하는 이유는 ‘스트라이크를 던질줄 알아야 한다’는 조 코치의 지론때문이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못던지는 투수가 코너워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 투수들이 안좋을 때 모습을 보면, 초구 2구가 볼이 됐을 때 밀어 넣다가 장타를 맞고, 그 뒤에는 두 번 맞기 싫어 또 코너워크를 하다 제구 난조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일단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유인구 승부든 코너워크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수에게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는 게 투수의 첫 번째 임무라는 의미다.

그는 “초구, 2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변화구 하나씩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삼진을 잡아내는 결정구도 투수에게는 꼭 필요하다. 1군 마운드는 결과를 내는 곳이라, 과다하 싶을만큼 많은 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우승팀 NC가 평균자책점 4.58이었다. 우리팀이 1점만 낮추면 5강권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단 5강 진입을 목표로 팀 평균자책점 줄이기를 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게 조 코치의 ‘최상의 시나리오’다.

날씨 탓에 이틀간 불펜투구를 중단한 SK 투수들은 19일 재활 중인 문승원 하재훈을 제외한 투수 전원이 불펜에 들어간다. 목표는 ‘최대한 많은 스트라이크 던지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