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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이은경 작가가 개인전 ‘살아지는 나, 사라지는 너’전을 서울 북촌로 갤러리 제이콥1212에서 연다.
전시장에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여성들이 도열해있다. 어딘지 닮은 얼굴,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이 얼굴들은 꼭 작가의 얼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야기나 상황을 이야기하는 매개자로서의 얼굴이다.
전시는 이은경 작가의 19점의 그림과 희정, 반야, 천주희의 글 세편으로 구성됐다. 글은 이은경 작가의 그림에서 출발해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윤진 작가는 “그림과 글 속에서 작가들은 더듬거리며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듣는다. 들여다본 곳에 사람이 있다. 그것은 타인의 얼굴 혹은 자신의 얼굴 그리고 기억 속 어딘가 남아있던 누군가의 얼굴”이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이유가 되어 사라지는 것들을 끌어안고 살아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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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작가는 최근 몇년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어린이 학대 사건에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미처 자신을 보호할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일방적으로 학대당하는 상황을 보면서 분노해 경찰서나 재판장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작가는 작업으로 말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캔버스 앞에 앉았다.
이은경 작가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대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당연한 권리에 대해 자신의 소리를 제때 적당한 크기로 내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내내 은경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아 있었다. 온당한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이 연습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은경’들을 위한 소리를 내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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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제이콥1212 김미경 대표는 “그녀의 자화상을 보는 순간 우리는 당혹스럽다. 먼저 그것들은 작가의 자화상이 아니라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얼굴을 구경하러 왔다가 자신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면, 낯설어 보이는 그 얼굴이 사실은 참으로 낯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면, 우리는 이미 이은경 작가가 만든 자화상이라는 거울 앞에 서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은경 작가는 러시아 생 뻬쩨르 부르그 국립아카데미 미술학교,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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