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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시즌을 대비하는 시범경기의 성적은 정규시즌과 비례하지 않는다. 현재 애리조나 캑터스리그 선두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10승3패다. 그러나 캔자스시티가 2021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다. 물론 이변을 일으켜 신데렐라 스토리를 쓸 수는 있다. 전력 자체는 승률 5할이 목표인 팀이다.
캔자스시티가 캑터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젊은 선수 중심의 팀이기 때문이다. 유망주들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터라 죽기살기 게임을 펼쳐 좋은 성적이 난다. 막상 정규시즌에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범경기에서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훨씬 기록이 좋다. 그렇다고 MLB 단장과 감독이 시범경기 성적과 기록에 휘둘릴 정도는 아니다. MLB는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KBO리그도 현재 시범경기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는 스프링 트레이닝과 시범경기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KBO리그는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감독의 입에 주목한다. 어떤 선수를 눈여겨 보라든지, 올해는 누가 큰 일을 해낼 것이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발언이 눈에 띈다. MLB는 유망주의 랭킹으로 파악된다. MLB 전체 유망주 랭킹, 팀 자체 랭킹 등으로 선수의 기량과 예측이 가능하다. 랭킹 10위권 유망주는 시간이 문제일 뿐 메이저리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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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감독의 선수 예측이 빗나가기 일쑤다. 그리고 가장 무책임한 발언이 무한경쟁이다. 감독이 전문가인데 선수 기량도 파악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을 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속내는 선수를 자극하려는 의도임은 안다. 그렇더라도 무한경쟁과 같은 발언은 삼가해야 한다. MLB 감독이 포지션 무한경쟁을 시킨다는 발언을 하는 적이 있는지 살펴보라. 당장 해고감이다. 선수 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KBO리그에서는 캠프에서 감독이 주목했던 유망주가 1년내내 2군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예전 돈 매팅리 감독(현 마이애미 말린스)이 LA 다저스 사령탑을 맡았을 때다. 오프시즌 다저스 행사 때 한 기자가 4번 타자로 기용된 맷 켐프의 타율이 저조한데 대해 질문을 하자 “클린업히터는 타점맨이다. 타율이 높으면 좋지만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고 4번 타순의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감독에게는 이런 야구철학도 필요하다. 한국과 MLB의 4번 타자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MLB에서는 3번 타자가 가장 우수하다. 4번은 말그대로 주자를 불러 들이는 ‘클린업히터’다. 공갈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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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신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KBO리그에 부임해 내놓은 게 40인 로스터 제도다. 메이저리그 방식이다. 40인 로스터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감독이 팀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되면 몸은 2군에 있어도 1군 선수나 다름없다. 선수는 언제 1군에 콜업이 될 지 몰라 늘 준비가 돼야한다. 장외에서 함부로 행동도 하지 못한다. 모든 일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뒷말과 잡음이 따르게 마련이고 사적 감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팀이 명문 구단으로 갈 수 있다. 감독은 팀을 떠나면 그만이다. 이제는 감독의 카리스마를 요구하는 시대도 아니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