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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촬영장에 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최근 시즌1을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은 진실한 사랑을 찾는 30대, 40대, 50대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그렸다. 임성한 작가의 6년만 복귀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결사곡’은 배우 이가령에겐 8년만에 다시 온 행운같은 작품이다. 이가령은 2014년 임성한 작가가 집필한 MBC ‘압구정 백야’에서 주인공 기회를 잡았지만, 당시 부족한 경험과 연기력 등으로 최종 불발돼 조연으로 출연했다. 이듬해 MBC ‘불굴의 차여사’에서도 주연 자리를 차지했지만 또다시 중도 하차하면서 8년에 가까운 긴 공백기를 보냈다. 그러다 임성한의 복귀작 ‘결사곡’ 주연이 되면서 신데렐라가 됐다.
이가령은 “작가님과는 명절 때마다 문자로 연락드린게 전부인데, 8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를 기억해주시고 기회를 다시 주셔서 감사했다”며 “사실 이렇게 큰 역할인 줄 몰랐다. ‘나에게 또 이런 기회를?’ 이번에는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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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희, 이다혜, 임수향, 박하나 등 임성한 작가는 매 작품 주인공으로 발탄한 신인 배우를 스타로 만들어왔다. 이에 당당히 ‘결사곡’ 주인공 자리를 꿰찬 이가령에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가령은 “‘압구정 백야’ 당시에 기회를 주셨는데 제 실력이 부족해 못해낸 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늘 갚아야 될 무언가가 남아있는 느낌이었다”며 “작가님의 픽을 받은 신인들이 다 잘 됐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다는 거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결사곡’에서라도 작가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대중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8년의 공백기 동안 이가령은 조, 단역 가리지 않으며 오디션을 봤지만 쉽지 않았다. 광고 촬영도 하고 1년에 한 두작품을 하며 얼굴을 비췄지만 드라마 현장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고. 좌절의 쓴맛을 맛본 이가령이기에 ‘결사곡’은 그에게 더욱 간절했다. 그는 “방송을 보기 전까진 앞만 보고 달렸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너무 떨리더라. 신인이어도 떨리는데 재평가를 받아야 하니 저를 보는 시선이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며 “사실 첫방송을 보고 멘탈이 살짝 흔들렸다. 놓친 부분들이 보여서 아쉬웠다. 시즌2에선 1보다 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고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가령은 극중 아름답고 똑 부러진 성격의 아나운서 출신이자 라디오 DJ 부혜령을 연기했다. 판사현(성훈 분)의 아내로 남편과 2세 계획 없이 워라벨 라이프를 살자고 약속한 뒤 결혼했으나 남편이 송원(이민영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아이를 가지면서 불행을 겪는 인물이다. 실제로도 부혜령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그는 “남들 앞에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솔직하려고 하지만 또 그게 신경 쓰인다. 나도 실제로 의사표현에 솔직하다”며 “저 역시도 혜령이와 같은 30대여서 그런지 아이를 안낳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해는 가더라”라고 말했다.
아직 미혼인 이가령은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관이 바뀌었을까. 잠시 고민하던 이가령은 “한 사람이랑 평생을 같이 살지란 생각이 들기도 하다. 결혼을 늦게 해서 30대 후반에 한다고 해도 50년을 같이 살아야하는데 사랑이란 감정이 오래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사랑과 정은 다르지 않나”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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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부혜령의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평소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외출할 정도로 수수한 편이라는 이가령은 “작가님은 부혜령에게서 런웨이에서 막 튀어나온 느낌을 원하셨다. 초반에는 저도 부담스러웠는데 해령이와 잘 맞는거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충도 있었다. 그는 “항상 짙은 메이크업을 하다보니 눈두덩이 피부가 얇아서 상하기도 하고 알러지도 생겼다. 그래도 독특한 화장 덕분에 부혜령 캐릭터가 더 살아난 거 같다”며 만족했다.
현재 시즌2 촬영에 한창인 이가령은 이번 작품을 마치고도 쉬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데뷔한지는 오래됐지만 참여한 작품이 많지가 않다. ‘저 배우라면 해낼 수 있다’까진 못되어도 ‘저 친구에게 이 역할을 시키면 어떨까’하는 가능성 정도는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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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