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팀 킴’의 리더 김은정이 20일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열린 ‘2021 세계선수권대회 팀킴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제공 | 대한컬링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엄마 선수로 컬링 넘어 전 종목 여자 선수에게 본보기 되고 싶다.”

‘안경 선배’에서 ‘엄마 선수’가 된 여자 컬링 간판스타 김은정(31·강릉시청)이 ‘팀 킴(Team Kim)’을 이끌고 세계 무대에 복귀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 신화를 작성한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은 오는 30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2021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 출격한다. 이 대회에서 6위 이내에 들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스킵 김은정과 리드 김선영, 세컨드 김초희, 서드 김경애, 김영미로 구성된 팀 킴은 20일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다시 컬링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 대회 직후 ‘지도자 갑질 파문’이 사실로 밝혀지며 우여곡절을 겪은 팀 킴은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으로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대회가 열리지 못해 태극마크를 달고 한 번도 공식전을 치르지 못했다. 게다가 이전 소속팀 경북체육회와 재계약이 불발돼 소속팀마저 사라졌고, 대한컬링연맹이 신임 회장 선거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강릉시청이 팀 킴을 품었고, 컬링연맹도 김용빈 신임 회장이 지난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며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만끽하고 있다. 마침내 지난 2018년 3월 이후 3년 만에 세계선수권 출격을 앞두고 있다.

김은정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은정의 모습. 최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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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은메달 시상대에 오르는 팀 킴. 박진업기자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운 건 김은정이다. 평창 대회에서 뛰어난 경기력과 리더십 뿐 아니라 안경을 쓴 고독한 캐릭터와 함께 “영미~”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그는 대중적 스타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팀 킴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리더로 누구보다 마음고생 했다. 그사이 결혼과 임신을 거쳤는데 태교를 포기하더라도 팀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싸워왔다. 이런 혼신의 노력 속에 팀 킴은 제자리를 찾았고, 김은정도 지난 2019년 아들을 출산한 뒤 아이스에 복귀했다.

김은정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 획득 뿐 아니라 ‘엄마 선수’로 컬링 인생 제2막을 여는 것에 남다른 도전 의지를 품었다. 오래전부터 그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부지런히 선수 생활을 하는 캐나다 컬링 스타 제니퍼 존스 얘기를 꺼내며 엄마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의지를 보였다. “해외에 나가면 엄마 선수가 많다”고 언급한 그는 “나도 좋은 성적도 내면서 육아도 잘하고 싶다. 컬링 뿐 아니라 국내 (모든) 여자 선수에게 아이 낳고도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팀 킴 단체
‘팀 킴’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왼쪽부터)이 세계선수권대회 팀킴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컬링연맹

김은정 얘기에 김영미는 “친구이자 동료로 참 대단하다. 운동할 땐 정말 아이 생각 안 하고 잘하는 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웃었다. 김경애도 “(은정) 언니가 훈련 이후 육아를 하기에 늘 자기 시간이 없어 보이지만 아이 얼굴을 보면서 힐링하더라. 나도 ‘아이가 있으면 어려울 때 힘을 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정식엔 컬링 대표팀 새 유니폼도 공개됐는데, 디자인에 팀 킴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섭 코치는 “컬링 종목 특성상 공중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 (어깨에) 건곤감리, 태극마크 보여줄 수 있도록 디자인 참여했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