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74)이 유쾌한 수상소감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함께 후보로 경쟁한 여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고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및 감독, 첫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감독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으며 시상자 브래드 피트와 두 아들에게 특유의 유머를 섞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57년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배우가 됐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미나리의 제작사 A24 설립이자 지난해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주연상을 수항했던 배우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섰다.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분들 은 많은 분이 제 이름을 여영이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용서해드리겠다"고 유머러스한 말로 좌중에게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멤버들과 나에게 투표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미나리' 가족분들에게도 감사 드린다"면서 특히 정이삭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제가 어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다섯 후보들은 각자 다 다른 역할들을 소화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좀 더 좋아 서있는 것 같다. 또 미국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 어쨌거나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 두 아들에게도 사랑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두 아들이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저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았다"며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라고 두 아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화녀'(1971년)를 연출한 고 김기영 감독에게 "김기영 감독님은 저의 첫 감독님이었다. 첫 영화를 저와 함께 만들었는데 살아 계셨다면 정말 기뻐했을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 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로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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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