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재용,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자영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영 ‘운신의 폭’을 놓고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삼성 입장에선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만큼 통 큰 투자나 중장기 전략 수립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약 7개월에 가석방으로 출소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확정 소식에 삼성 측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내부에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이 부회장이 당초 기대했던 특별사면 대신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경영 참여 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가석방은 형기만료 전 조건부 석방으로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취업 및 해외 출장 등이 제한된다. 가석방 후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의 시민단체와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비판적인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삼성이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총수 공백에 따른 컨트롤 타워 부재가 해소되면서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의 의사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입장에서도 ‘경제 회복’이라는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2018년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유통과 화학부문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 부회장이 당장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국내외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투자 결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은 총수 부재로 최종 투자 결정이 계속 미뤄졌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 부지 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인 대만 TSMC, 인텔 등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증설 등을 위해 수백억원 달러의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잠잠했던 대형 인수합병도 추진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3년 내에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현안에서도 이 부회장이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단체들 역시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9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환영 논평을 내고 “삼성은 경제 위기 극복과 관련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만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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