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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최민우 기자]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은 침묵한 채, 구단과 감독이 대신 사과하고 있다. 주체가 빠진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KBO리그는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이은 사건·사고로 팬심은 이미 바닥난 상황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면, 도끼눈으로 야구계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줄 거란 희망도 사라졌다.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는데, 야구계는 계속해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선수들은 해명과 사과가 없다. 때론 거짓과 허위진술이 앞선다. 어리석은 행태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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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참사가 발생하자, 이번엔 따가운 시선이 강백호로 향했다. 그는 지난 7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초 역전을 허용한 뒤 더그아웃에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현장에서 중계 방송을 하던 박찬호 KBS 해설위원은 “강백호의 모습이 잠깐 보였는데, 저러면 안 된다. 지더라도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 계속해서 파이팅을 외쳐야한다”며 강백호의 태도를 질타했다. 이어 야구 원로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지켜보는 KT 이강철 감독의 마음은 안타깝다. 그는 소속팀 선수의 태도 논란에 대해 “본인이 제일 힘들 거라 생각한다. 강백호의 태도에 대해서 소속팀 감독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강백호와 이야기도 나눴다. 힘들어하고 있더라. 변명이라면, 의도치 않게 그런 표정이 나올 때가 있다. (경기를 포기했다는) 그런 생각은 아니었을 거다.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시키겠다”며 거듭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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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홍원기 감독도 송우현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전했다. 송우현은 지난 8일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송우현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앞서 한현희와 안우진이 호텔 술자리 파문을 일으켜 징계를 받은 터라, 송우현의 음주운전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사령탑은 “죄송하다. 불과 며칠 전 우리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쳤다. 팀 수장으로서 선수 관리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충격과 실망을 준 송우현에 대해 구단은 칼을 뽑았다. 키움은 11일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홍 감독은 “기대했던 선수다. 촉망받는 선수였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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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사령탑은 선수들 잘못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구단도 좌불안석이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한현희만 국가대표에 하차하며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구단과 감독의 뒤에 숨어 사태를 지켜볼 뿐이다. 이런 모습은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 NC도 박석민만 해명에 가까운 사과문을 발표한 뒤, 다른 사고뭉치들은 족적을 감췄다. 한화 역시 구단이 앞장서 사태를 수습했고 선수들은 일언반구 사과가 없었다.
늘 사고를 친 선수는 그랬다. 구단과 감독 뒤에 숨었다. 여론이 잠잠해지고 복귀 시점을 정하면, 그때가 돼서야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뿐이다. 이번에도 앞으로 펼쳐질 장면이 뻔하기 때문에, 팬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miru042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