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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내려놓으니 길이 보인다.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비로소 ‘미완의 유망주’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있다. 신예 시절 ‘포스트 양현종’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SSG 좌투수 김택형(25)이 승리를 완성하는 클로저로 올라섰다.
김택형은 지난 8일 문학 LG전에서 2이닝 세이브를 달성했다. 8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라 오지환, 서건창, 김현수를 내리 범타로 처리했고 9회초에도 삼자범퇴를 달성했다. 공식적으로 마무리투수 완장을 찬 첫 경기부터 세이브에 성공했다. 지난 3일 문학 두산전에서도 세이브를 올렸으나 당시에는 임시 마무리투수에 가까웠다. SSG 김원형 감독은 지난 7일 개인 면담을 통해 김택형에게 직접 마무리투수를 맡아줄 것을 주문했다. 필승조를 다시 구성했는데 그 중심에 김택형이 자리했다.
그만큼 올시즌 활약이 뛰어나다. 입단 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04)을 기록한 것은 물론 늘 자신을 괴롭혔던 볼넷도 줄였다. 개인 통산 9이닝당 볼넷 6.19개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시즌은 4.89개다. 이미 한 시즌 최다 경기에 출장한 가운데 이닝당 투구수 또한 16.6개로 최소다.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효율적인 피칭으로 리드를 지켜낸다.
시즌 출발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정규시즌 개막 시점에서 김택형의 보직은 추격조였다. 첫 경기 또한 부진했다. 지난 4월 7일 한화전에서 1이닝 4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4월 30일 두산전에서는 팀이 크게 지는 상황에서 등판해 3이닝을 소화했다. 이른바 패전 처리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마냥 무너지지 않았다. 5월부터 무실점 경기가 하나 둘 늘더니 6월에는 필승조로 올라섰다.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스리피치로 진화를 이뤘다. 단순히 결정구로 스플리터를 구사하는 게 아닌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에도 스플리터를 넣었다. 패스트볼 제구가 잡히면서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위력이 동반 상승했다.
진화의 중심에는 마인드가 자리하고 있다. 김택형은 “과거를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후회가 많이 된다”며 “예전에는 욕심이 너무 많았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이제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스리볼로 몰려도 볼넷 줘도 된다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던진다. 어차피 나는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아니다. 너무 꽉 차게 던지기 보다 내 구위를 믿고 던지고 있고 그러면서 결과도 잘 나오고 있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통해 결과도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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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만 놓고 보면 일찌감치 특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입단 당시부터 남다른 구위를 뽐냈고 몇 년 후 좌완 에이스가 될 것으로 보였다. 이전 소속팀부터 인연을 맺었던 전임 염경엽 감독은 김택형을 두고 “단계별로 잘 성장시켜서 양현종 같은 투수가 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당시 기대했던 선발투수는 아니지만 마무리투수로 굵직한 시작점을 찍었다. 김택형은 “예전부터 선발투수에 대한 생각은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마무리투수가 될 줄은 몰랐다”고 웃으면서도 “아직 마무리투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올리고 세리머니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최대한 잘 지키고 싶다. 기록적으로 특별한 목표는 없고 단지 최대한 블론세이브를 안 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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