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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2021년 한국 드라마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타고 세계 콘텐츠 트렌드의 중심으로 의미있는 발을 내딛었다.
‘킹덤’을 시작으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박차를 가해온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올해 ‘오징어 게임’을 전세계적으로 히트시키며 K팝, K-무비에 이은 K-콘텐츠 열풍을 이끌었다. 지난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공개 4일 만에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공개 6일째에는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 정상에도 등극했고, 이후 무려 46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뿐만 아니라 발표된 지 4주 만에 전 세계 1억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하면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역대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은 글로벌 히트작이 됐다. 현재까지도 글로벌 톱10을 지키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오징어 게임’은 앞서 고섬 어워즈,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등에서 수상한 데 이어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한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쓴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의 해외 진입장벽을 낮췄다. 글로벌 시청자들의 한국 드라마에 호응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에 10월 공개된 ‘마이네임’은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차트 3위에 올랐고, 11월 공개된 ‘지옥’은 공개 다음날 바로 글로벌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정해인, 구교환의 ‘디피(D.P.)’는 한국 시리즈로는 유일하게 뉴욕타임스(NYT)의 ‘2021년 해외 TV쇼 10선’에 꼽히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공유, 배두나, 이준 주연의 SF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공개하며 K-콘텐츠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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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OTT도 올해 글로벌 OTT와는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과를 거두며 약진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 주연의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티빙(TVING)의 성장세를 이끌며 시즌2까지 제작을 확정했다. 술을 소재로 서른 무렵에 접어든 세 여자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안겼고,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를 달성했다.
11월 공개된 웨이브(wavve)의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역시 지상파가 아닌 OTT 플랫폼을 통해 화끈하고 과감한 정치 블랙 코미디로 마니아층을 형성, 공개 첫날부터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의 성과를 달성했다. 김수현과 차승원 주연의 200억 대작으로 이목을 끈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 역시 1, 2화 공개 후 신규가입자 수가 전주 대비 254% 폭증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OTT를 타고 K-콘텐츠가 몸집을 키우는 흐름은 내년에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의 급성장에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는 물론 토종 업체들도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투자금이 늘어나면 작품 완성도가 올라가게 되고, 이런 작품이 다시 투자 확대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내년에도 K-드라마 열풍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디즈니 플러스는 2022년 ‘무빙’ 등 오리지널 드라마 4편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며, 넷플릭스는 ‘소년심판’·‘종이의 집 한국판’ 등 10여 편을, 토종 OTT 웨이브도 1월 7일 ‘트레이서’를 시작으로 줄줄이 오리지널을 선보인다. 티빙도 ‘욘더’·‘괴이’ 등 5편 이상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한 드라마 PD는 “2021년은 코로나19 판데믹 장기화로 이용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이 어느 해보다도 크게 달라진 해였는데 그중 가장 크게 바뀐게 OTT 플랫폼이다”라며 “지난해 영화 ‘기생충’과 ‘킹덤’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K-콘텐츠 열풍이 올해엔 OTT를 통해 신드롬을 이뤘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한국 콘텐츠가 필수라는 인식이 올해의 성과로 확고해졌고, 올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가 경쟁에 가세하면서 콘텐츠 시장은 내년에 더 큰 격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