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와 쿠드롱
조재호(오른쪽)와 쿠드롱이 지난 5일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PBA 제공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과거 이런 광고문구가 인구에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금메달을 따거나 1등을 한 선수만 환영받지, 백날 2등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지 이미 오래다. 1등 지상주의는 옛말인 것 같다.

지난 5일 NH농협카드 PBA(프로당구) 챔피언십 결승에서 쿠드롱(54·벨기에)에 패한 당구스타 조재호(42·NH농협카드 그린포스).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한 그에 대해 ‘아름다운 도전’이었다며 소속구단이 아낌없는 격려에 작은 포상까지 해줘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프로당구팀인 ‘그린포스’를 창단해 조재호·전애린 등을 후원하고 있는 NH농협은행이다. 권준학 은행장은 지난 11일 SNS를 통해 “우리 조재호 선수가 쿠드롱 선수를 만났습니다. 최강 공격수들의 당구 빅매치로 화제를 모았고, 저도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결과는 준우승’”이라며 “어제는 선수들을 만나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NH농협은행장 격려받는 조재호
조재호(가운데) 등 그린포스 프로당구팀 선수들이 구단주인 권준학 NH농협은행장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NH농협은행

권준학 NH농협은행장과 그린포스
권준학 NH농협은행장과 그린포스 선수들. NH농협은행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We are number2. Therefore we work harder)라는 미국의 어느 렌터카 업체의 광고카피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대의 대단함을 인정하고, 그렇기에 다시 노력하고 다시 노력하고 언제가 그 상대를 뛰어넘었을 때의 쾌감. 그 자체로도 빛나는 값진 2등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권준학 은행장은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며 단단한 팀웍을 자랑하는 우리 그린포스 선수들의 멋진 도전을 응원합니다”라고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은행장이 신년초 보여준 선수단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스포츠계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