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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이 함평-KIA 챌린저스필드에서 불펜투구 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KIA는 전통적으로 뒷문이 약하다. 해태 시절 선동열(132세이브) 임창용(60세이브)이 압도적인 구위로 뒷문을 지켰지만, 이후 손에 꼽을 만한 세이브 투수가 없다. 윤석민이 86세이브를 따내기는 했지만, 마무리보다는 선발로 임팩트가 강했다.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한 고졸(광주일고) 3년차 정해영(21)은 그래서 올시즌 활약이 궁금하다. KIA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힌 ‘뒷문’을 올해도 단단히 걸어 잠글지 관심이 쏠린다. 정해영은 지난해 개막 초반 마무리로 나서 역대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새로 쓰는 등 ‘타이거즈 마무리’ 역사를 새로 썼다. 정해영이 따낸 34세이브(5승 4패 평균자책점 2.20)는 프랜차이즈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이다.

1차 캠프를 마치고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로 돌아온 정해영은 “추웠지만 몸은 잘 만들었다. 2차 캠프는 실전 중심으로 치르기 때문에 구위 점검뿐만 아니라 몸관리와 전염병 예방에도 신경써야 한다. 풀타임 마무리라는 수식어가 확 와닿지는 않지만 경기에 꾸준히 나갈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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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가운데)이 최지민(왼쪽) 이의리 등 동료들과 러닝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겨우내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지친 피로를 말끔히 풀어낸 정해영은 “감독님께서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하라고 주문하셔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포스트 시즌 진출이 목표이지만, 그보다 앞서 만원 관중 앞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감격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 데뷔라 루키 때부터 코로나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상황 속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는 “최대 입장관중이 30%까지만 경험해봐서 만원 관중이 들어찬 곳에서 던지면 많이 떨릴 것 같다. 잠실, 사직 등 응원열기가 큰 구장에서 던져 본 형들이 ‘(함성 때문에)땅이 흔들린다’더라. 그 경험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마운드 위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투수 중 한 명인 그는 “집중하면 무표정이 되는 것 같다”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떤다. 그래도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 긴장이 풀리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팬과 호흡하는 진짜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게 ‘뉴 클로저’의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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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오른쪽)이 함평-KIA 챌린저스필드에서 라이브 피칭을 한 뒤 포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이유가 있다. 정해영은 올해 3년차에 불과해 성적에 따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가능하다. 그는 “마무리 투수로서 내 강점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는 점이다. 포커페이스도 잘 유지하고, 떨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어필했다. 그러면서 “올해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돼 내 강점이 더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 실전에 돌입하면 하이 패스트볼을 강하게 던지는 훈련을 더 해서 구위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무리라는 보직에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정해영은 “양현종 선배님도 돌아오시고, 타선도 보강이 됐다. 지난해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이대로 마무리 투수 역할을 계속한다면, 오승환 선배님의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