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생명의 피어남\'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화려한 식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동계패럴림픽 약체였던 중국이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이전까지 대회에서 통산 메달이 1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패럴림픽에서는 메달 잔치가 이어진다. 중국은 베이징동계패럴림픽 6일째인 9일까지 금메달 10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2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따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메달 수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2위 우크라이나(19개)에 12개 차로 앞서있다. 중국은 하계패럴림픽에서는 2004 아테네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5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강국의 면모를 자랑했지만, 동계패럴림픽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때 처음 동계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중국은 2014년 소치 대회까지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대회까지 중국이 동계패럴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2018년 평창 대회의 휠체어컬링 금메달 뿐이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홈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전력 노출을 극비에 부치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 대신 국내 훈련에 집중한 전략이 맞아들었다. 중국은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노르딕스키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를 휩쓸었다. 직전 대회인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중국 선수의 노르딕스키 종목 최고 성적이 8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노르딕스키에서의 강세는 ‘안방 이점’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 여파로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지 않아 선수들이 경기장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반면 중국 선수들은 완벽 적응을 마쳤다. 노르딕스키 경기가 열리는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는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서 처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고지대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강자로 꼽히는 신의현(42·창성건설)도 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인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좌식 6㎞를 마친 뒤 “고지대에 아직 적응이 안된 것 같다. 지대가 높으면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어렵다.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주로 장자커우에 머무르며 쉼없이 코스를 달렸다. 박승재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기획부장은 “중국 선수들이 대회 직전 6개월 동안 집에도 거의 가지 않고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훈련을 이어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노르딕스키 뿐 아니라 알파인스키, 스노보드에서도 중국은 홈 이점을 누리고 있다. 중국은 알파인스키에서 10개의 메달(금 2개·은 4개·동 4개)을, 스노보드에서 4개(금 1개·은 1개·동 2개)의 메달을 땄다. 두 종목 역시 테스트 이벤트가 없어 중국 외 국가 선수들은 대회 직전에야 경기장을 경험했다. 중국 선수들은 코스를 파악할 시간이 충분했다. 이번 대회에서 스노보드 크로스,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이제혁(25·서울시장애인체육회)도 “중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니 실내 스키장에서도 코스 훈련을 했더라”며 “실내 스키장을 활용해 1년 내내 설상 훈련을 했다”고 했다.

파라아이스하키에서도 중국은 급성장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파라아이스하키 세계랭킹 9위인 중국은 B조 조별리그 2차전과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에서 세계 5위 체코를 각각 5-2, 4-3으로 꺾었다. 특히 중국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선이펑과 왕즈둥은 각각 6골, 4골을 넣어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파라아이스하키에서 급성장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대회 유치 이후 착실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대회 유치 직후 유망한 선수 발굴에 힘썼다. 득점 1, 2위인 선이펑과 왕즈둥은 각각 1998년생, 2000년생이다. 유망한 선수를 일찌감치 발굴해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이자 파라아이스하키 강국인 러시아의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했다. 한민수 한국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장애인 인구가 많은 중국이 경기하기에 유리한 장애를 갖고 있고, 어린 선수를 발굴해 키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가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니콜라이 샤르슈코프가 현재 중국 대표팀 감독이다”며 “아예 러시아에서 지내면서 러시아 팀들과 경기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