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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확고한 입장을 촉구하는 시위자. 캘리포니아|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플로리다주의 차별적인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안에 대한 디즈니 본사의 어설픈 대응으로 인해 디즈니 직원들은 계속해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많은 디즈니 직원들은 사내 메신저에 “저는 오늘 LGBTQ+(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통칭하는 말)와 연대해서 외출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일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동참했다.

디즈니 채널의 ‘키키와카 캠프’(Bunk’d)와 같은 다양한 쇼들 또한 이날 자리를 비웠다. 제작진은 이날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안에 대해 디즈니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조직적이고 통일된 형태로 하루 종일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파업 사태는 지난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의회가 ‘돈 세이 게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다. 이 법안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주 공립학교에서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에 대한 토론과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주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고 있던 디즈니 본사에서 반발 성명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차펙은 침묵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11일, 밥 차펙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침묵에 대해 사과했다. 차펙 CEO는 이날 직장 동료와 성 소수자 공동체 앞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여러분은 동등한 권리를 위한 싸움에서 내가 더 강한 동맹이 되기를 원했지만 나는 여러분을 실망시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이 계속되고 있어 차펙 CEO가 내놓은 사과가 너무 늦었고,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달래주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외신들은 직원들의 파업에 대한 디즈니 본사의 공식 성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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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월드의 지지 공식 성명.

한편, ESPN, 월트 디즈니 월드(Walt Disney World), 디즈니 플러스(Disney+)등은 지난 22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디즈니 직원들의 행동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성명을 올렸다.

파업 주최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을 지지한 플로리다주의 의원들로부터 모든 기부금을 회수해 줄 것을 디즈니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가장 큰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퀴어 시민권 단체는 LGBTQ+의 권리에 대한 더 큰 약속 없이는 디즈니로부터 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 대한 모든 정치자금 후원을 멈추고 성소수자 인권 단체 등에 500만 달러(약 62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연이어 성소수자 이슈에 관해 헛발질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오는 6월 17일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라이트이어(Lightyear)’에는 연인 관계로 설정된 두 여성 주인공들의 동성 키스장면을 디즈니가 삭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소수자들의 항의 속에 디즈니 이 영화에 동성 키스신을 다시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자사의 영화, 애니메이션에 성소수자 캐릭터와 장애인, 여성, 동양인 등을 등장시키며 인권과 다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던 디즈니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로 디즈니가 상업적 목적을 위해 이들 소수자 캐릭터들을 의도적으로 영화 속에 집어넣어 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