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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두산발 ‘화수분’이 또 한 명 등장했다. 사령탑은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신뢰를 보냈다. 두산이 17년 만에 1차지명으로 품은 고졸(서울고) 신인 2년차 안재석(20)이 개막전 주전 유격수를 꿈꾸고 있다.
안재석은 지난 2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시범경기에서 경험치 한 스푼을 더했다. “꼭 붙어보고 싶다”던 김광현(34)과 만났다. 6-6으로 맞선 7회초 1사 후 김광현을 만난 안재석은 초구 146㎞짜리 속구에 호기롭게 배트를 내밀었다. 정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TV 중계에서나 보던 전직 메이저리거의 초구에 자신있게 배트를 돌린 것만으로도 안재석의 심장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2구째 커브를 흘려보낸 그는 다시 빠른 공이 날아들자 또 배트를 휘둘렀다. 결과는 또 파울.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안재석은 크게 쉼 호흡을 한 뒤 속구 타이밍에 크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완벽한 타이밍으로 생각했지만 공은 생각보다 느리게 날아왔고, 허공을 가른 배트가 오른쪽 어깨 위로 돌아가기도 전에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공과 배트의 거리가 꽤 큰, 완벽하게 제압당한 순간이었다.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던 안재석의 얼굴에는 ‘뭐 이런 공이 있지’라는 표정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김광현은 고졸 2년차 젊은 피를 향해 결정구인 슬라이더를 아낌없이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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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특징은 ‘존중(respect)’을 표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재석은 “김광현 선배님을 처음 상대해봤는데, 메이저리거는 메이저리거더라. 속구에 헛스윙한 것 같았는데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물어보니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가 아예 안보였다. 많이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까지 시범경기에서 4할 맹타를 휘두른 자신감이 한풀 꺾일 수 있는 상황. 강속구 투수인 SSG 윌머 폰트에게 중견수 쪽으로 2루타를 뽑아낸 데다, 적시타를 만들어내는 등 멀티히트를 기록한 경기라 의욕이 넘친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정작 그는 “시범경기를 두 경기 남겨두고 있는데, 첫 번째는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공수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시간으로 마지막 두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배워야 할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국내 최고 왼손투수 중 한 명에게 당한 삼진을 굴욕으로 여기기보다 상대를 리스펙트 하는 것으로 성장 동력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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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은 “시범경기 초반에는 타격감이 좋았는데 이후 마음대로 안되는 느낌”이라며 “아웃이 되더라도 강한 땅볼을 치자는 느낌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이 느낌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홈런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타구 스피드 향상에 집중하다 보면 공격면에서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일종의 ‘정체성 확립’이다. 어린 선수로 보이지 않는 대범한 발상이다.
이런 젊은 피에게 두산 김태형 감독도 “개막전 라인업에 포함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시헌 김재호를 잇는 또 한 명의 ‘국대 유격수’가 잠실벌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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