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로하스 주니어
KT 멜 로하스 주니어.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절대 성공’은 없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몸값이 높아도 성공여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구단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 또한 외국인선수 영입 혹인 외국인선수 교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당자들이 외인 성공을 두고 “그야말로 복불복”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지난해가 그랬다. 대체 외국인선수 성공사례는 전무했다. LG 저스틴 보어, 키움 윌 크레익, SSG 샘 가빌리오, 삼성 마이크 몽고메리, 한화 에르난 페레즈 모두 기대와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KT 제라드 호잉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나 호잉 또한 개인기록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2021년 대체 외국인선수 중 그 누구도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스탯티즈 참조) 1.00을 넘지 못했다. 보어는 WAR 음수(-0.43)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제외됐다.

그래도 마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외인 부상 이탈 혹은 부진은 위기이자 기회다. 그래서 성공률이 낮더라도 사활을 걸고 대체자를 찾는다. 지금이 그렇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윌리엄 쿠에바스, 헨리 라모스의 부상 이탈로 인해 일찌감치 대체자를 확정지었다. 왼손투수 웨스 벤자민, 우타자 외야수 앤서니 알포드와 계약을 맺었다. 하위권에 자리한 KT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정상전력을 가동해야 한다. 대체 외인이 합류하고 강백호가 복귀하는 6월 2주차부터 대반격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사실상 외인 투수 2명이 이탈한 지 6주가 넘은 한화도 교체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라이언 카펜터가 복귀전이었던 지난 25일 대전 두산전에서 다시 통증을 느낀 만큼 더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투수로 뛰었던 김진영을 비롯해 담당자들이 미국으로 떠난 상태다.

올해도 외국인타자 잔혹사에 시달리는 LG는 리오 루이즈와 작별한 채 현지에서 새 외인 내야수를 물색하고 있다. 2주전 담당 직원이 태평양을 건넜고 차명석 단장도 지난주 미국으로 떠났다. 팀 구성을 고려하면 최적의 포지션은 3루다. 하지만 LG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외인 3루수 영입에 빈번히 실패한 바 있다.

KIA는 좌투수 션 놀린을 두고 고심 중이다. 벌써 두 차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는데 복귀까지 3주 이상이 필요하다. 선발진 운영에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에이스급 외국인투수가 필요하다. 양현종, 이의리가 활약하는 토종 선발진은 경쟁력이 있다. 외인 원투펀치가 균형을 맞추면 4년 만의 포스트시즌 복귀도 충분히 가능하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나 대체 외인이 유독 많이 성공한 시즌도 있었다. 2017시즌 KT 멜 로하스 주니어, SK(현 SSG) 제이미 로맥, 넥센(현 키움) 제이크 브리검은 역사에 남을 성공사례다. 셋 다 이듬해에도 연장계약을 맺었고 장수 외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로하스는 2020년 47홈런을 쏘아 올리며 MVP를 수상했다.

[SS포토] SK 로맥, 양현종 상대로 뽑아낸 안타에 흥이 남달라~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로맥이 2017년 5월 14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6회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출루한 뒤 덕아웃을 향해 화답하고 있다. 문학 | 스포츠서울DB

대체 외인이 에이스로 활약해 시즌 중반 뜨거운 신바람을 불어넣은 적도 있다. 2015년 한화 에스밀 로저스, 2016년 LG 데이비드 허프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합류 후 로저스는 10경기 75.2이닝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 허프는 11경기 74.2이닝 7승 2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활약했다.

에스밀 로저스
한화 이글스 선발 로저스가 2016년 5월 2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2로 앞선 9회 완투승을 확정짓고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대전 | 스포츠서울DB

외인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체 외인 활약에 따라 리그 판도도 바뀐다. 로하스 같은 타자, 혹은 로저스 같은 투수가 한국땅을 밟는다면, 순위표도 강하게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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