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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박은빈은 정말 잘하고 있다. 그녀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나는 그녀가 진단받지 않은 자폐 스펙트럼인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연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그런지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된 첫 주, 국내 커뮤니티 등지에서 한 필리핀 남성이 해외 드라마 리뷰 사이트에 남긴 1, 2회 후기가 인기를 끌었다. 다름 아닌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보고 직접 남긴 후기였다. 영어로 남겨진 이 후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자폐 스펙트럼의 범주에 있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을 오래 봐온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자세하고 실제적인 고증에 대한 평이 남겨져 있었다.

국내에선 주로 자폐적 특성을 가진 아동을 키우고 돌보는 부모 또는 특수학교 교사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후기를 남겼던 반면, 당사자가 직접 남긴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그가 긴 후기를 남긴 사이트를 통해 그와 이메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인터뷰 요청을 했다. 서면을 통해 스포츠서울이 JC 존 세세 쿠네타 씨와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독]“영어 제목 ‘Extraordinary’, 자폐에 대한 긍정적 의미줘” 자폐인이 본 ‘우영우’[SS인터뷰①]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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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영우는 자신의 손을 시도때도 없이 가만히 두지 못한다.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의 연기가 화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은빈은 정말 잘하고 있다!(She is doing great!) 그녀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나는 그녀가 진단받지 않은 자폐 스펙트럼인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그런지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박은빈의 우영우는 스스로 컨트롤되지 않은 손가락 움직임을 보여준다. 다른 몇 장면에서 그녀의 손은 가만히 있기도 하다. 실제로 모든 자폐인들이 명백하거나 눈에 보이는 손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순간 손 움직임을 보여주는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그녀가 영우를 통해 보여주는 눈동자 움직임 역시 실제와 똑같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마다 하는 행동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자폐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에는 우리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특성의 정도는 자폐마다 다르다. 나와 같은 몇몇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실제로 보는 척 할 수 있다. 우리는 눈은 정확히 못 보고 타인의 코의 다리나 눈 근처 어딘가를 보고 있다. 또 자폐를 가진 어떤 사람은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사람들을 직접 보는 것이 더 쉬워졌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배운 기술을 시도하거나 선글라스를 쓴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다.

이 밖에도 그녀가 걷는 모습, 이것은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비현실적’이라고 부르는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자폐는 매우 광범위한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우영우가 걷는 방식이 모든 자폐를 가진 사람이 그런 방식으로 걷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가끔 그렇게 걷는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웠고, 그렇게 길을 걸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아무튼 우영우는 다양한 자폐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 박은빈은 이를 잘 통합하여 보여주고 있다. 방금 검색을 통해 그녀가 대학에서 심리학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랐다. 그것이 박은빈이 우영우라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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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영우의 출근길을 함께하는 고래. 고래는 그를 든든하게 지키는 존재다.

- 전반적으로 당신은 이 드라마에 대해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을 희화화하지 않았고 고증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리뷰는 이 드라마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자폐를 다루는 새로운 관점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반가운 변화였다. 지난 몇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미디어들이 자폐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잘 연구되고 적절한 묘사가 있는 영화와 TV시리즈는 드물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자폐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다. 자폐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메인이 자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자폐를 갖고 있거나 이야기 서사상 자폐적 특성이 필요한 도구적인 것이었다.

자폐를 가진 캐릭터가 올바르게 묘사된 영화 ‘아담’(Adam)(2009), ‘네이든’(A Brilliant Young Mind)(2014) 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올바르게 그려졌다. 나는 사람들이 다름을 알아차리고, ‘이상하다’라고 부르고, 때로는 ‘어린애 같다’고 연상시키는 사소한 것들을 보여주는 미디어가 이것들이 마치 자폐의 본모습인 것처럼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3화에서 우영우가 말했듯 자폐는 ‘스펙트럼’이다. 흔하고도 흔하지 않은 특징들이 있고, 각각의 특징들은 개인에게 다양한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에서는 바로 그걸 보여줬다. 나는 제작진이 이렇게 일찍 이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자폐를 가진 캐릭터를 만들 때 많은 이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 3회에 대한 간략한 리뷰에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썼더라. 드라마 속 어떤 부분이 마음을 아프게 했는가.

재판 중 검사의 말이다. 그는 우영우가 자폐를 가졌다는 것을 이용해 그녀를 (심리적으로)가두어놓았을 때였다. 대략적으로 법정에서 영우에게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장면은 여전히 나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 장면으로부터 받은 느낌과 메시지는 우리가 자폐를 갖고 태어난 것이 죄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프거나 어떤 종류의 질병에 걸리거나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동등한 지위에 있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집에 머물거나 어떤 기관에 갇혀 있어야 한다. 검사 역을 맡은 배우(백성철 분)도 수고 많으셨다. 그런 단순한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현실을 잘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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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에서 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의뢰인을 만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 3회는 자폐 스펙트럼의 서로 다른 정도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우영우처럼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 유능하게 일하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당신과 당신이 보아온 수많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가.

우영우라는 가상의 인물에게는 여러 자폐 특성이 많이 공존한다. 나는 자폐를 가진 몇몇 사람들에게서 우영우가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반응을 읽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러한 특성들을 모두 가진 실제 자폐 변호사가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절반은 동의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영우와 같은 정도의 자폐적 특성을 가진 자폐인들이 여러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작가가 우영우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이게 그렸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거기에 더해 우영우가 자폐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우영우에 대해 ‘그녀는 나와 내 주변의 자폐인과 같지 않아’라며 비현실적 인물로 치부하는 것은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영우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회에서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과거의 분류를 사용했다) 그녀가 ‘고전적 자폐’(classic autismm)보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의 특성이 더 많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 2회에서 우영우는 ‘고전적 자폐’ 특성을 더 많이 보였다. 자폐를 분류하는 것이 이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의 행동 양상이 어떤 분류에 속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자폐는 그 자체로 자폐다. 우영우의 행동적 특성과 조합이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러한 영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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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우영우는 이렇게 말하며 사직서를 낸다.

- 실제로 살면서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 받아온 경험을 들려줄 수 있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에서 영우는 스스로가 누군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변호사라 생각하고 사직서를 낸다. 당신도 이러한 경험이 있는가.

나 역시 내 존재가 회사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몇몇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회사에 내가 자폐를 갖고 있다는 걸 공개하지 않기도 했는데 말했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나를 받아준 회사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2013년 초에 문을 닫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직접적으로 차별을 받기에 나는 일상 생활에서 누군가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보통 내가 충분히 신뢰하는 사람들에게만 공개한다. 하지만 내가 결코 잊지 못할 한 가지 경험은 전 직장 동료와의 일이다. 내 이야기를 팀원들에게 공개한 이후 어느 날 팀 동료의 형이 자폐를 진단받았다고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긴 토론을 했고, 그는 많은 질문을 내게 했다. 결국 그는 ‘자폐는 진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자폐는 형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자폐라는 특성을 내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폐라는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선택했다.

* [단독]“‘우영우’ 제작진, 자폐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사회 편견 노출시켜줘 감사해”[SS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