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치킨연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은 지난 4월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부터 ‘치킨연금’도 받았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빙상계(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대표팀이 잠잠해지니까, 이번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음주 운전사고를 일으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유독 그동안 음주문제가 많이 터진 것 같아요.”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윤홍근) 관계자는 25일 이렇게 탄식했다.

실제 가장 최근에만 봐도, 지난 2019년 태릉선수촌 입촌 훈련기간 중 선수촌 안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4명이 음주를 하다가 적발됐다. 숙소에서 술을 마시다 선수촌내 챔피언스하우스 노래방으로 옮겨 자정 넘게 음주가무를 했다.

빙상연맹은 당시 이들에게 ‘6개월 국가대표 훈련제외’, 대표팀 감독에게는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9월 국외전지훈련 제외’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정재원-김민석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남자부 은메달리스트 정재원(왼쪽)과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이 지난 2월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012년 6월에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B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유명한 C 선수도 당시 국제대회 중 음주를 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대에 올랐다. 2016년엔 국가대표 후보선수들이 집단 음주를 해 역시 문제가 됐다.

이번엔 사태가 더 심각하다. 선수촌내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음주운전을 한 것이다. 그것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그랬다. 게다가 음주운전으로 선수촌내 기물까지 파손시켰다.

빙상연맹 조사결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은 지난 금요일 훈련 뒤 김진수 대표팀 감독의 외출 허락을 받고 선수촌 인근에서 밥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김민석이 직접 운전을 해 동료들과 함께 선수촌으로 들어갔다. 동행자는 정재원(의정부시청), 정재웅(성남시청), 정선교(스포츠토토)다.

이후 이들은 저녁 9시 넘어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지인들과 생일파티를 하던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인 박지윤(의정부시청)의 연락을 받고 이 모임에 합류했다. 이후 김민석이 차를 몰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음주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불상사는 경기단체들이 국제대회에 대비해 장기간 선수들을 선수촌에 묶어놓는 강화훈련을 실시하다보니, 억압된 생활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질적인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과정을 견뎌내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연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관련 경기단체나 지도자들은 이에 신경을 쓰고 선수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해야 하고, 이들이 건전하게 정신적 압박감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물론 선수들이 대부분 성인인 만큼 태극마크를 단 신분을 망각치 않고 스스로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성인 선수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억압하는 장기 합숙훈련으로 인한 폐해가 오랜 전부터 제기된 만큼 다른 방식으로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 소속팀에서 훈련을 한 뒤 국제대회에 임박해 집중적으로 대표팀 강화훈련을 하는 방식 등이다.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들의 강화훈련 기간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는 4가지로 분류돼 있다. 우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제명’,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두가지가 아닌 경우는 측정된 혈중 알콜농도에 따라 징계가 결정된다. 0.2% 이상인 경우 ‘3년 이상, 5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는 ‘1년 이상, 3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0.03%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 자격정지’다.

세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1년 이하의 출전정지’나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김민석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스스로 밝혔으나 음주측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1년 이하의 출전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빙상연맹은 27일 열리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한 뒤 조만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도록 예정이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