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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의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자 충암고 김동헌이 21일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고척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정말 키움에 잘 지명됐다 싶습니다.”

야구 예능 ‘최강야구’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이제는 ‘영웅군단’의 당당한 일원이다. 충암고 포수 김동헌(18)이 주인공. 키움 지명을 어느 정도 예상했단다. 그리고 꼭 보고 싶은 선배가 있었다. 이지영(36)이다. 10년째 ‘찐팬’이다.

김동헌은 지난 15일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키움이 지명했다. 1라운드에서 투수와 포수를 모두 보는 원주고 김건희를 뽑았고, 두 번째로 김동헌의 이름을 불렀다. U-18 야구 월드컵 참가로 인해 미국에 있던 김동헌도 현지시간 새벽에 중계를 봤다.

21일 입단 동기들과 함께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드래프트 시간이, 미국은 새벽 1시였다. 생각보다 빨리 내 이름이 나와서 놀랐다. 다른 친구들 축하해주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나왔다. 껴안고 울었다. 키움에 갈 수도 있겠다는 예상했는데 진짜 이름이 불렸다. 그것도 일찍 나왔다. 너무 기쁘더라. 친구들도 많이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이지영 이야기도 했다. “삼성 왕조 시절 주전포수로 뛰지 않았나. 내가 2013년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팬이다. 이지영 선배님 플레이 스타일이나 움직임 등이 좋았다. 많이 배웠다. 같은 팀에서 만나게 됐다. 인연이 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경기 운영, 풋워크, 송구 등 두루 좋다. 많이 배우고 싶다. 눈앞에서 이지영 선배님을 처음 봤다. 오랜 시간 팬인데 영광이다. 말을 걸지는 못했다. 선수단 앞에서 인사만 했다. 나중에 제대로 인사드리겠다. 키움에 잘 온 것 같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김동헌은 5회말 응원단상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에서도 “간절하게 야구해서 팬들 기억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겠다. 이지영 선배님 뒤를 따라 키움의 안방을 책임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의 환호도 쏟아졌다. ‘찐팬’ 인증이 따로 없다.

\'1점 막았다!\' 이지영[포토]
키움 포수 이지영.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날 경기 후 이지영을 만나 김동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들어와서 내게 물어보면 당연히 가르쳐주겠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알려줄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요즘 시절이 변했다. 내가 먼저 나섰을 때 ‘뭐야’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나. 먼저 와서 물어보고, 얻어가야 자기 것이 된다”고 짚었다.

이어 “내가 먼저 나서는 것보다, 내 연습하는 모습, 경기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 될 것 같다. 나는 삼성 시절 진갑용 선배님이라는 확실한 교본이 있었다. 나도 그런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 ‘저 플레이가 나와 다르구나. 저렇게도 하는구나’ 이런 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교보재를 자처했다.

결국 김동헌이 이지영에게 물어보고, 배우려면 1군에 와야 한다.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고, 이번 드래프트에서 포수만 5명이 지명되기도 했다. 1라운더 김건희의 경우 투수와 포수 둘 다 가능하기에 투수로 갈 수도 있다. 그래도 4명이다. 김동헌 외에 박성빈(7라운드), 변헌성(9라운드), 안겸(10라운드)이 함께 뽑혔다.

김동헌은 “당연히 팀에는 포수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많이 선발했구나’ 정도 생각만 했다. 내가 할 것을 열심히 하면, 포수로 자리를 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프레미잉은 제일 자신 있다. 배팅도 괜찮고, 리더십과 침착함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도 위기 때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리더라. 어려울 때 잘 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런 칭찬을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적응해서 1군에 올라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좋은 선배님들이 많다. 퓨처스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많이 배우겠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충분히 배우고, 경험해서 올라오겠다. 잘 준비해서 와야 1군에 오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야구예능 ‘최강야구’에서 충암고 소속으로 대선배들과 붙었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에서 승리했으나 3차전에서 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이를 통해 포수 김동헌이라는 선수를 전국에 알릴 수 있었다. 레전드와 미리 붙어본 남자. 마침 경기도 고척에서 했다. 홈 구장을 먼저 밟아봤다. 꽤 괜찮은 조건을 안고 프로에 왔다. 이제 잘하는 일만 남았다. 그래야 이지영과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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