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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사진 | 지엔씨21

[스포츠서울 글·사진 | 울진=황철훈기자] 어느새 겨울이다. 알록달록 단풍은 자취를 감췄다. 전국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지며 연일 동장군이 위세를 떨친다. 이한치한(以寒治寒) 이랬다. 온몸이 움츠러드는 요즘이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특히 본격적인 겨울 소식과 함께 찾아온 낭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대개 철이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대게의 본고장인 경북 울진에 가면 살이 오른 싱싱한 대게를 실컷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청정 동해와 겨울 추위를 한방에 녹일 수 있는 뜨끈한 덕구·백암온천까지 눈과 입은 물론 몸까지 행복한 겨울 여행지가 바로 경북 울진이다. ‘울진(蔚珍)’이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는 맛있는 음식과 보물이 넘쳐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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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하트해변을 지나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해안가 따라 즐기는 겨울 절경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지난해 8월 개장한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경북 울진의 대표 관광명소다. 푸른 동해와 해안 절경을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모노레일을 타듯 철썩이며 달려드는 파도 위를 아찔하게 내달리면 겨울 바다가 펼쳐낸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타는 즐거움과 눈처럼 쌓이는 추억은 덤이다.

스카이레일
①죽변 승하차장 전경 ②3층 승하차장 ③궤도차량 내부 ④A 코스 반환점인 봉수항정차장

죽변스카이레일 탑승 장소는 죽변항 인근에 있는 죽변 승하차장이다. 승하차는 건물 3층에서 이뤄진다. 해안을 따라 10m 높이의 선로가 2.4㎞가량 이어진다. 종착역은 후정해수욕장이다. 전체 코스는 죽변 승하차장에서 봉수항 정차장을 왕복하는 2.8㎞ 구간인 A코스와 후정 승하차장에서 봉수항 정차장을 왕복하는 2㎞ 구간의 B코스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A코스만 이용할 수 있다. B코스는 운행에 필요한 매표소 등 편의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진군은 예산을 확보해 내년 말까지 전 구간 개통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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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스카이레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궤도차량은 앙증맞게 작다. 최대 4명까지 탈 수 있으며 무인으로 자동 운행된다. 전동차는 생각보다 느긋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보석처럼 빛나는 울진 바다와 해안 절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죽변 승하차장을 출발해 대나무숲 길을 지나 왼쪽 해안 길을 따라 돌아들면 왼쪽 언덕 위로 붉은 지붕을 얹은 이층집이 나타난다. 지난 2004년 SBS 인기 드라마 ‘폭풍 속으로’를 촬영했던 죽변드라마 세트장이다. 세트장을 지나면 하트해변이 발아래 펼쳐진다. 하트해변은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하트를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어 A코스의 종착지인 봉수항 정차장에 도착한 전동차는 이곳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총 40분가량이 소요된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전동차에서 바다 절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일부 구간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냉난방이 안 되는 전동차는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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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과학관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바다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국립해양과학관’

국립해양과학관은 국내 최초의 국립교육·체험전문 기관으로 바다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다. 독도와 한반도 간 최단 거리(216.8㎞)인 울진군 죽변면에 자리하고 있다. 연면적 1만2345㎡, 지상 3층 규모의 과학관은 10개의 바닷세계와 실제 바닷속을 조망할 수 있는 바닷속전망대와 다양한 체험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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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마중길393’과 그 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닷속전망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특히 최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전시 공간은 생생하고 실감 나는 화면과 디스플레이가 압권이다. 또 아이들이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학 현상을 놀이와 결합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밖에도 3면 영상관에서는 해양과학 영상을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고 VR어드벤처에서는 독도에서 남극까지 바다를 온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바닷속전망대
①바닷속전망대 전경 ②유리창을 통해 7m 깊이의 실제 바닷속을 전망할 수 있다. ③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해상전망대 ④해상 전망대에 설치된 영상장비(독도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특히 이곳 과학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바다 한복판으로 뻗어있는 스카이워크인 ‘바다마중길393’과 그 길 끝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닷속전망대’다. 바닷속전망대는 수족관처럼 실제 바닷속을 유리창을 통해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월요일 휴관)까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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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 스카이워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아찔한 바다 위 산책…‘등기산 스카이워크’ & ‘등기산 공원’

울진대게축제로 유명한 후포항 동쪽 인근에는 울진의 대표적인 공원인 ‘등기산공원’과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 데크 계단을 타고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등기산 스카이워크 입구에 도착한다. 스카이워크는 육교처럼 해안 도로를 가로질러 바다로 길게 뻗어있다. 약 20m 높이에 길이만 135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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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 스카이워크 마지막 구간은 투명 유리가 깔려있어 아찔함을 선사한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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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갓바위’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카이워크는 목재 구간을 시작으로 철판 구간과 강화유리 구간으로 이어진다. 특히 마지막 57m 구간은 유리 구간이 길게 이어진다. 이 때문에 입장 시 덧신이 필수다. 유리 바닥을 걷다 보면 20여m 아래로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아찔한 광경이 펼쳐진다. 겨울 바닷바람만큼이나 서늘한 아찔함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스카이워크 오른쪽 바다 위로 솟은 자그마한 바위섬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갓바위다. 육지의 팔공산 갓바위에 비견될 만큼 영험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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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 스카이워크 끝에서 만난 ‘선묘’ 상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카이워크 끄트머리에는 넓은 원형 유리 바닥과 함께 인어를 닮은 조형물이 나타난다. 사실 이 조형물은 인어가 아닌 용으로 변신 중인 ‘선묘’상이다. 선묘는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의상을 짝사랑했던 여인이다. 수차례 구애에도 의상이 거절하자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됐고 이후 의상이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줬다고 한다. 스카이워크는 동절기 기준(11월~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설과 추석 그리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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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 스카이워크와 등기산공원을 연결하는 ‘출렁다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카이워크를 구경했다면 등기산공원을 둘러보자. 스카이워크와 등기산공원은 현수교 형태의 출렁다리로 곧장 연결된다. 등기산공원은 말 그대로 등기산에 조성해 놓은 공원이다. 등기산은 사실 산이라기 보다는 언덕에 가깝다. 실제 해발 54m가 채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이자 천혜의 바다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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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공원. 붉은 벽돌 조형물은 독일의 ‘브레머하펜’ 등대 모형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등기산공원
①영국 스코틀랜드 벨룩 등대 조형물 ②이집트 파로스 등대 조형물 ③그리스 산토리니섬 콘셉트로 꾸민 조형물 ④신석기유적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특히 이곳에는 전 세계의 유명 등대를 마주할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등대인 이집트 파로스 등대에서부터 붉은 벽돌로 지어 마치 교회당 건물을 연상케 하는 독일의 ‘브레머하펜’ 등대, 프랑스 코르두앙 등대, 영국 스코틀랜드 벨룩 등대, 인천 팔미도 등대까지 다양한 유명 등대를 축소된 조형물로 재현해 놓았다. 이 밖에도 그리스 산토리니 콘셉트로 꾸며진 조형물과 돔형태의 신석기 유적관도 볼거리다. 공원 곳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흔들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동화 같은 풍경 뒤로 시원스레 펼쳐진 겨울 바다가 인상적인 곳. 특히 햇살을 받은 푸른 동해가 쏟아내는 보석 같은 윤슬이 겨울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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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시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가볼 만한 곳 ●죽변항=

후포항과 더불어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다. 특히 이곳에서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2022죽변항수산물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수산물 및 건어물 판매 장터를 비롯해 활어 맨손 잡기, 수산물 즉석 경매, 요트 승선 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이벤트가 펼쳐진다. 겨울철 별미인 대방어 해체 쇼와 시식 체험도 놓치지 말자. 이 밖에도 조타 돌리기 개막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축하공연과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더욱 풍성하고 특별하게 보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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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헌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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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헌 앞에 자리한 독도 조형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풍헌(待風軒)=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구산포에서 울릉도로 가던 수토사들이 순풍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장소다. 수토사는 울릉도로 몰래 숨어 들어간 사람을 수색하고 울릉도와 독도를 침범한 왜구를 토벌하던 군인이다. 오늘날로 치면 해양경찰 정도로 보면 된다. 음력 4월경 남서풍이 불면 배를 띄워 북동쪽으로 이동하다 다시 해류를 타고 이동해 총 19~23시간 만에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울릉도에서는 대풍감에서 바람을 기다렸다고 한다. 대풍헌 바로 앞에는 독도를 35분의 1로 축소한 조형물과 당시 수토선을 재현한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특히 대풍헌에 발견된 ‘수토절목’은 조선이 울릉도와 독도를 실효 지배했음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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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손질한 ‘곰치’. 표준어는 ‘꼼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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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우성식당 ‘곰치탕’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먹거리

동해안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겨울 별미가 ‘곰치탕’이다. 해장의 특효로 잘 알려진 곰치탕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은 죽변항 인근에 있는 ‘죽변우성식당’이다. 잘 익은 김치를 썰어 넣고 곰치를 텀벙텀벙 잘라 끓여낸다. 새콤함과 담백함이 어우러진 뜨끈한 국물과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생선 살이 든든하게 속을 채워준다. 사실 이곳에선 곰치라고 부르지만 ‘꼼치’가 표준어다. 물텀벙, 물곰 등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실제 ‘곰치’는 뱀장어처럼 긴 몸에 사악(?)하게 생긴 머리통을 가진 심해 물고기로 식용보다는 수족관 등에서 관상용으로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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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시장 대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울진은 대게의 고장이다. 이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가 대게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왕돌초는 여의도 2배 크기의 광활한 수중 암초 지대로 생태계의 보고다. 후포항 인근에는 싱싱한 대게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중 ‘왕돌회수산’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대게와 문어, 방어 등 다양한 수산물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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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돌회수산 ‘붉은대게(홍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겨울이 제철인 대게는 지금도 맛있지만, 음력 설 전후가 가장 맛있다. 살이 꽉 들어차기 때문이다. 대게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땐 붉은대게(홍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퇴근길 포장마차나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났던 홍게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살이 오른 홍게를 제대로 고른다면 박달대게 못지않은 횡재를 할 수도 있다. 맛 또한 대게에 뒤지지 않는다. 참고로 박달대게는 크고 박달나무처럼 살이 단단하게 꽉 찬 최상급 대게를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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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돌회수산 ‘방어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울진의 또 다른 명물은 ‘문어’다. 땡글 땡글한 식감을 자랑하는 참문어를 맛보려면 구산항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신선한 문어를 구매할 수 있다. 겨울 횟감으로 방어를 빼놓으면 섭하다. 방어는 몸집이 클수록 맛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무게에 따라 2㎏ 내외의 소방어, 4㎏ 이하의 중방어, 5㎏ 이상이면 대방어로 친다. 방어회는 감칠맛이 뛰어난 생선으로, 한자로 ‘기름 방(肪)’자를 쓸 만큼 지방 함량이 많다. 기름이 오른 겨울 대방어 맛은 참치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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