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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명불허전’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7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챔피언십(미츠비시일렉트릭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베트남은 2경기서 2승을 거두며 조 선두를 지켰다.
베트남에게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베트남은 전반 28분 응유옌 티엔린이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지만 리드를 잡은지 4분 만에 공격의 핵심인 응유옌 반토안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다. 말레이시아는 수적 우위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고, 전반 막판까지 소나기슛을 퍼부으며 동점골 기회를 노렸다. 베트남은 간신히 버텨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로 마감했다.
후반전에도 초반까지는 말레이시아가 주도권을 잡았다. 베트남은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역습을 통해 기회를 모색했다.
반전은 후반 17분 나왔다. 말레이시아 수비수 아잠 아즈미가 보복성 플레이로 레드카드를 받고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두 팀 모두 10대10으로 싸우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얻은 페널티킥을 응곡하이가 성공시켜 2-0으로 앞서나갔다. 전력이 앞서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베트남은 효율적인 역습과 짜임새 있는 패턴 플레이로 말레이시아의 뒷공간을 노렸다. 후반 막판에는 부상에서 회복한 에이스 응유옌 꽝하이를 투입하며 끝까지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꽝하이는 후반 38분 응유옌 호앙둑의 쐐기골을 도왔다.
베트남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동남아시아 최강팀임을 증명했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선전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퇴장 악재까지 나오면서 경기를 그르쳤다. 동남아 축구를 잘 아는 박 감독이 말레이시아를 다크호스로 만든 김 감독에게 한 수 지도한 경기였다.
베트남은 이 경기 승리로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높였다. 앞으로 상대할 싱가포르, 미얀마는 한 수 아래 상대들이다. B조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말레이시아를 잡은 만큼 1위로 준결승(4강)에 진출할 확률이 높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다음달 3일 열리는 싱가포르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준결승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A조에서는 태국과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1위를 놓고 경합한다. 두 팀 모두 1~2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가운데 29일 사실상의 조 1위 결정전인 맞대결을 벌인다. 전통의 강호 태국에 신흥강호 인도네시아가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B조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모두 준결승에 오른다면 둘 중 한 팀은 인도네시아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무대를 누비는 한국 지도자 간의 맞대결이 이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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