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데본 스캇, 양희종의 수비를 피해...
KGC 양희종(오른쪽)이 1월29일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가스공사 데본 스캇의 슛을 막고 있다. 안양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수비의 신(神)’이 코트를 떠난다. 안양 KGC 양희종(39)이 전격적으로 시즌 후 은퇴를 결정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디펜스의 중요성의 강조한다. 그리고 그 디펜스를 ‘예술’로 승화시킨 남자가 양희종이다.

KGC는 22일 양희종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올시즌을 마친 후 코트를 떠나고, 지도자 연수를 받게 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3년 FA 계약을 체결했다. 올시즌 이후에도 2년이나 더 남았다. 그러나 양희종은 미련 없이 은퇴를 결정했다.

1984년생으로 39세다. 한국나이로는 40살. 은퇴가 이상한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 떠나는 것은 언제나 아쉬운 법이다. 여전히 기량을 보유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양희종은 올시즌 44경기에 나서 평균 11분1초를 뛰었고, 2.6점 1.6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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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양희종이 12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수비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제공 | KBL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팀이 1위를 질주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팀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다. 지난 2007년 입단 후 17년간 안양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이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한다. KGC도 다가올 플레이오프에서 ‘라스트 디펜스’ 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라스트 댄스’라 한다.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제목이기도 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들에게 붙이는 수식어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양희종은 ‘라스트 디펜스’다. 양희종의 상징이 바로 수비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시절에는 주포 역할도 했으나 수비가 압도적이었다. 가드부터 빅맨까지 다 막아냈다. 194㎝로 신장이 작은 것도 아니고, 운동능력까지 갖췄다.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까지 보유한 선수. 수비가 되는 포워드는 어느 팀이나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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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양희종(오른쪽)이 6일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KT전에서 KT 하윤기의 슛을 블록하고 있다. 사진제공 | KBL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김태술-이광재 등과 함께 연세대를 최강으로 이끌었고, 2007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KT&G(현 KGC)의 부름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레전드’ 소리가 나온다. 수비에 관해서는 역대를 논하는 선수다.

기록을 보면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시즌이 없다. 2년차였던 2008~2009시즌 기록한 9.7점이 개인 최고치다. 그러나 리바운드는 시즌 평균으로 4~5개씩 걷어냈고, 스틸도 1개 이상 꼬박꼬박 했다. 최우수수비상(2013~2014시즌) 1회, 수비5걸 6회 선정 등이 이를 증명한다. 필요할 때 딱딱 꽂아주는 외곽포는 덤이다.

국가대표팀 터줏대감이기도 했다. 꼬박꼬박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희종이 없으면 이상한 수준.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결승에서 이란을 만났는데 이란의 ‘주포’ 사마드 니카 바라미를 막는 임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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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양희종이 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제공 | 안양 KGC 인삼공사

당시 니카 바라미는 이란의 에이스를 넘어 아시아 최고로 꼽히는 포워드였다. NBA까지 진출했던, 아시아 최고를 다투는 빅맨 하메드 하다디와 함께 여러 차례 한국을 좌절시켰던 선수다.

결과적으로 니카 바라미가 30점을 넣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 농구인들은 ‘양희종 아니었으면 40점, 50점 줬을 것이다. 그랬으면 졌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양희종이 잘 막았다는 의미다. 한국은 79-77로 승리하며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언제나 수비는 저평가 당하기 일쑤다. 수치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격의 경우 ‘득점’이라는 확실한 지표가 있다. 많은 득점을 하면 당연히 좋은 선수라 한다. 그러나 수비 없이 승리는 없다. 100점을 넣어도 102점 내주면 진다. 현장 지도자들이 수비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리고 양희종은 수비 그 자체였다. 디펜스도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남자다.. 그 남자가 코트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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