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집에 초대해주셨어요.”

SSG ‘KK’ 김광현(35)의 후배 사랑은 ‘찐’이다.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 보양식을 먹였다. 선발 등판 전날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1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6.1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쳤다.

6회까지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올시즌 처음으로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김광현이 6이닝을 초과해 던진 것은 지난해 9월17일 홈 두산전 7이닝 무실점 이후 239일 만이다.

7회 살짝 흔들리기는 했다. 첫 타자 김인환을 2루 땅볼로 막은 후, 오선진에게 볼넷, 박정현에게 좌월 안타를 내줬다. 1사 1,3루 위기. 한화가 대타 이진영을 냈고, SSG도 김광현을 내리고 노경은을 투입했다.

노경은이 이진영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2-2 동점이 됐다. 김광현의 실점으로 올라갔다. 6.1이닝 무실점이 아니라 2실점이 됐다.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다.

그래도 김광현은 분명 호투했다. 최고 시속 148㎞의 속구를 뿌렸다. 최저 구속도 시속 140㎞가 나왔다. 평균으로는 시속 145㎞ 수준. 올시즌 가장 빠른 공을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스트볼이 사니까 다른 구종도 힘을 받았다. 속구와 똑같은 개수를 구사한 슬라이더(32구)가 날카로웠다. 최고 시속 140㎞까지 나왔다. 체인지업(19구), 커브(14구)도 위력을 보였다.

시즌 초반 살짝 들쑥날쑥한 감이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후유증이라 했다. 그러나 올시즌 처음으로 최근 2경기 연속 QS를 만들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이날 호투와 별개로 살짝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었다. 등판 전날인 13일 후배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보양식을 대접했다.

루키 송영진이 알렸다. 14일 경기 전 만난 송연진은 “선배님들, 형들이 너무 잘해주신다. 너무 잘 챙겨주신다. 빨리 적응이 됐다. 진짜 다 가리지 않고, 선배님들이 다 잘해주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지훈이 형도 전에 나와 (이)로운이 밥을 사주셨다. (박)종훈 선배님도 광주에서 나와 로운이한테 소고기 사주셨다. 야구 관련해서도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서)진용 선배님도 맨날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진짜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신다”며 웃었다.

그리고 김광현 이야기가 나왔다. “(김)광현 선배님도 잘해주신다. 어제(13일) 집에 초대해주셨다. 나와 (오)원석이 형이 갔다. 로운이는 사정이 있어 못 갔다. 선배님이 보양식을 준비해주셨다. 오늘(14일) 낮 경기 선발 등판인데도 후배들 불러서 챙겨주셨다. 너무 잘 먹었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는 예민하다. 자기 루틴이 확실히 있다. 대체로 등판 전날에는 차분하게 보내는 편이다. 하물며 김광현은 14일 낮 경기 선발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13일 꽤 만만치 않은 경기를 치른 후배를 챙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송영진은 13일 한화전에서 5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타선 덕분에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으나 실점이 제법 많았다. 직전 등판인 7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3.2이닝 6실점(4자책)으로 주춤한 바 있다.

김광현 자신도 1년차 시즌이 있었다. 2007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0경기에 나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설’의 시작이었다.

자신도 겪어봤기에 후배의 마음을 알 법하다. 16살 어린 후배를 경기 후 집으로 초대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14일 한화전에서 부진했다면 뒷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결국 호투했다. 모든 것이 김광현이기에 또 가능했다. 송영진이 알리지 않았다면 묻힐 뻔했던 미담이다.

어느새 프로 17년차다. 투수조 넘버3다. “내가 서열이 많이 높더라”며 웃기도 했다.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내 선발 등판 준비보다, 고생한 막내에게 눈길이 갔다. 이미 ‘역조공’을 통해 팬들을 꾸준히 챙기고 있다. 팀 내부라고 다를 리 없다. 괜히 스타가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